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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자’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 법정구속...‘심종두 방지법’은 국회서 낮잠

2012년 10월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가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2년 10월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가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사분규가 일어난 회사에 ‘노조를 파괴하는 법’을 알려주고 거액을 챙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전 대표와 임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성기업·발레오만도에서 회사와 싸우던 노조가 와해되는 사태가 벌어진 지 7년만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임종효 판사는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현 글로벌원 대표)와 김주목 전 전무에게 23일 나란히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는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임 판사는 “공인노무사로서 일반인보다 법을 잘 지켜야 하는데도 노동조합법과 헌법에 규정된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주도했다”며 “반성하지도 않고 있고 증거인멸도 시도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심 전 대표 등은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유성기업과 노사관계 컨설팅 계약을 맺고 노조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자문해준 혐의로 2015년 기소됐다. 창조컨설팅은 2009년 경주 발레오만도와 계약을 맺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발레오만도 노조를 무력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창조컨설팅은 발레오만도에 직장폐쇄를 이어가면서 조합원 탈퇴를 유도하라고 조언했다. 회사에 우호적인 세력을 꾸려 ‘산별노조’ 체제를 ‘기업노조’ 체제로 바꾸라고도 했다.

발레오만도는 회사에 우호적이고 기업노조로 바꾸는 데 찬성하는 직원들은 징계를 하지 않거나 승진을 시켰고,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풀뽑기나 화장실 청소 같은 일을 시켰다. 결국 장기간의 직장폐쇄 뒤 발레오만도 노조는 2010년 6월 기업별노조로 바뀌었다.

2011년 교대제 문제를 놓고 노사간 갈등이 불거진 유성기업에서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사측 주도로 친기업 노조를 설립해 교섭대표노조로 만들라’는 자문을 해줬다. 실제로 유성기업은 그해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자마자 ‘유성기업 노조’를 설립해 기존 노조의 힘을 뺐다.

그 밖에도 창조컨설팅은 영남대의료원과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대신증권, 보쉬전장 등 여러 사업장의 노사분규에 개입해 사측에 노조 파괴 컨설팅을 해줬다. 노동계에서는 창조컨설팅이 7년간 14곳의 노조를 무너뜨리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본다. 창조컨설팅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2년8개월간 기업들로부터 그 대가로 모두 82억4555만원을 받았다.

2012년 국회에서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의혹이 폭로되자 고용노동부는 조사 끝에 설립인가를 취소했다. 심 전 대표와 김 전 전무의 노무사 등록도 취소됐다. 하지만 심 전 대표는 노무사 자격 정지기간이 끝난 2016년 7월 새 노무법인 ‘글로벌원’을 만들어 지금까지 영업중이다. 창조컨설팅 이후 ‘노조 무력화 자문’을 제공하는 노무법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이 일정수준 이상의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은 노무사의 등록을 영구 취소하는 법안, 노조파괴를 기획한 노무사의 이익금을 추징하는 법안 등 ‘심종두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금속노조는 판결 후 입장을 내고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노조 파괴를 범죄로 판정하고 당사자들의 책임이 명확해졌지만, 자본과 권력을 위해 노조를 파괴하고 사익을 취한 범죄에 대한 법정형량이 너무 낮아 이런 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