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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구봉초 학부모들이 박물관앞 ‘상경투쟁’ 나선 이유는···‘가야사 복원’ 불똥

김해 구봉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정문 앞에서 구봉초 이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대위 제공

김해 구봉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정문 앞에서 구봉초 이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대위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가야사 복원을 말했지 구봉초를 없애라 하지 않았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정문 앞. 경남 김해 구봉초등학교 학부모 9명이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외쳤다. 이들은 학교를 지키기 위해 이른 아침 김해에서 올라왔다. 혹시라도 날씨가 나빠져 비행기가 뜨지 않을까봐 비행기와 기차로 팀을 나눠서 왔다. 문화재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 목소리를 반드시 전하기 위해서다.

구봉초는 김해시가 추진하는 가야사 2단계 복업사업 예정지에 포함됐다. 김해시와 경남도교육청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행위제한을 많이 받는다”며 구봉초를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 달리 이날 문화재위원회는 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 구역에 해당하는 구봉초를 포함한 김해 구지봉 유적지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김해시가 2단계 복원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4년이다. 그 후로 10여년 간 지지부진하다가, 가야사 복원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가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해시는 이 일대를 가야 역사를 담은 시민광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은 지난 7월11일 구봉초가 이전될 처지임을 알게 됐고 일주일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는 “교육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아무런 절차없이 사업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 님비 현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거대 행정의 갑질이며 소통 없는 밀어붙이기 속에 학생 인권이 되려 발목 잡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1년 개교한 구봉초에는 현재 학생 324명이 다닌다. 2016년에는 김해시에서 두번째로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가 됐다. 비대위는 “‘마을 중심’을 목표로 하는 행복학교답게 주민을 초청해 문화제도 열어왔다”면서 “학교공동체, 마을공동체가 붕괴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있을 학부모는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2012년도 구봉초 시굴조사에서 유물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며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됐어도 유적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학교 시설을 그대로 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시와 도교육청은 대안을 논의하지 않고 ‘정부 일이니 협조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이은영씨는 “구봉초 주변 1.5km 안에 학교를 옮길 마땅한 곳이 없으니 결국 아이들이 여러 학교로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와 교육청, 학부모들이 협의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