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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퇴근종, 스케줄 거부권… ‘워라밸 우수기업’ 직원들이 사는 법

오후 5시 퇴근종, 스케줄 거부권… ‘워라밸 우수기업’ 직원들이 사는 법

모바일 야구 게임을 만드는 ‘에이스프로젝트’ 직원들은 게임 출시 직전 장시간 강도높게 일하는 일명 ‘크런치 모드’에 시달리지 않는다. 개별 프로젝트별로 일정 관리자를 배치해 미리 체계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기 때문이다. 마감기한을 못 지킬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일정 관리자가 팀원들과 협의해 ‘스케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야근하는 대신 마감을 미루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밤늦게까지 연장근무를 했을 때는 관리자 재량으로 다음날 늦게 출근하거나 대체휴가를 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기여도에 따라 유급휴가를 보장해준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평균 17.6일의 연차를 썼다. 국내 임금노동자 평균인 7.9일의 두 배가 넘는다. 에이스프로젝트 관계자는 “게임업계 장시간노동 관행이 사회문제로 불거지기 전부터 야근을 줄이자는 목표를 갖고 방법을 고민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장시간노동이 만연한 업종이나 작은 회사에서도 회사가 의지를 갖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는 곳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잡플래닛과 함께 ‘일·생활 균형’(워라밸)이 우수한 중소기업 10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온라인 채용·기업정보 홈페이지인 잡플래닛에 기업리뷰가 20개 이상 공개된 중소·중견기업 중 그 회사를 다녔던 사람들의 평가점수를 기준으로 2배수를 선정한 뒤 고용유지율, 노사관계법 위반 여부 등을 고려해 우수기업 10곳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불필요한 야근을 줄여 근무시간을 단축하거나 휴가를 더 많이 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체 트리플하이엠은 오는 10월부터 주 35시간 근무를 시행한다. 이 업체는 격주로 직원들의 야근 현황을 파악해 어떻게 하면 야근을 없앨 수 있는지 고민한다. 생일인 직원은 당일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차사용률 97%를 달성했다.

부산의 열교환기 개발·제조업체 동화엔택에서는 오후 5시가 되면 업무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린다. 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는 회사가 특별휴가일로 지정한다.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은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시간선택제로도 일할 수 있다.

휴가를 정해진 것보다 더 주기도 한다. 여행사 현대드림투어는 한 달 동안 쉴 수 있는 ‘안식월’ 제도를 운영한다. 반도체와 LCD 재료를 생산하는 동우화인켐은 정기휴가와 연차휴가 외에 매년 8~12일의 ‘리프레시 휴가’를 준다.

휴가 사유를 묻지 않는 문화가 정착된 곳도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크몽은 별도 승인 없이 당일 출근 전까지 통보하기만 하면 휴가를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대신 업무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산업기계 생산업체인 디와이는 ‘회의시간 줄이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슷한 회의를 통폐합했다. 온라인 교육업체 멀티캠퍼스는 업무에 맞춰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시행하는 대신 업무 효율성을 위해 메신저 대화나 회의를 가급적 하지 않는 ‘업무집중시간’도 운영하고 있다.

김덕호 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워라밸’을 실천하는 중소기업 모범사례를 발굴해 일과 삶의 균형을 촉진하기 위해 우수기업을 선정했다”며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과 일·생활 균형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