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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우리 삶에 평화가 깃들길” 문 대통령 방북길 환송 나선 중년 여성노동자들

부당전보와 노조파괴로 고통받고 있는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며 노조파괴 실상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제공

부당전보와 노조파괴로 고통받고 있는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며 노조파괴 실상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북한으로 출발하던 18일 오전 7시, 청와대 앞에 특별한 환송객들이 모여 정상회담의 성공을 빌었다. 구로공단 중소업체들인 성진씨에스와 신영프레시젼, 레이테크코리아에서 정리해고와 폐업, 부당전보로 고통받고 있는 중년의 여성노동자들 40여명이다.

이들이 환송에 나선 것은 평화를 기원하는 동시에 ‘우리의 존재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노동자들은 “이번 방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평화로 가는 길을 활짝 열길 진심으로 빌기에 환송해드리러 왔다”며 “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자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했던 문 대통령께 우리가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와대 앞에 나선 이들은 하청과 재하청을 거듭하는 산업구조의 맨 밑바닥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왔던 노동자들이다. 50대 초중반의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성진씨에스는 현대기아차-현대엠시트-코오롱글로텍(천안씨에스)로 이어지는 ‘4차 하청업체’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상여금과 수당, 식대 등을 차례차례 없애고 노동강도를 높여와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였다. 올 초 노조가 만들어진 뒤 사측은 경영이 어려워졌다며 지난 5월 폐업과 해고를 통보했다. 노조는 원청이 기존 물량을 타 업체로 보내고 ‘기획 폐업’을 했다고 보고 있다.

LG전자의 1차 하청업체인 신영프레시젼은 지난 7월 ‘적자가 났다’는 이유로 73명을 정리해고했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 위기’가 있을 때, 해고를 피하기 위한 다른 노력을 했는데도 회사가 어려울 때만 실시할 수 있으며 실시 50일 전에 노조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노조는 회사의 재무상태가 양호할 뿐 아니라 법적 절차도 전혀 지키지 않은 채 정리해고를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견출지와 문구용 스티커를 생산하는 레이테크코리아에서는 회사가 CCTV와 바디캠 등을 동원해 동의 없이 노동자들을 촬영하거나 포장부 노동자들을 영업부로 강제 전환배치하는 등 인권침해 사건이 잇달아 벌어져 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까지 했다. 이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들은 고용노동부의 올해 ‘2기 현장노동청’ 안건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이 세 회사의 공통점은 가장 만만한 상대로 여성을 골라 실컷 부려먹다가 내팽개치고 있다는 점이고, 성진씨에스와 신영프레시젼은 재벌대기업의 횡포로 노동자들이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재벌과 기득권에 굴복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최하층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해고당한 최저임금 여성 하청노동자들의 삶에도 평안이 깃들길 바란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대통령님을 찾은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