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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MBC 새 사장에 최승호]MB 국정원에 찍혔던 PD ‘화려한 귀환’

ㆍ해직 1997일 만에 복귀…첫 과제는 해직자 복직 문제
ㆍ독립언론 ‘뉴스타파’ 활동…‘자백’ ‘공범자들’ 연출
ㆍ“백화점식 보도 탈피하고 비판 강화…탐사보도 부활”

MBC 신임 사장이 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면접을 보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MBC 신임 사장이 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면접을 보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MBC의 ‘PD저널리즘’ 전성기를 이끌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에 찍혀 좌천되고 결국 해고당한 최승호 뉴스타파 PD(56)가 신임 사장으로 MBC에 돌아왔다.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가 쫓겨난 지 1997일 만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7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후보자 3인의 최종면접을 거쳐 최 PD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고 곧이어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최 사장의 임기는 김장겸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2년 2월까지다. 그는 “임기를 마치면 저널리스트로 되돌아가겠다”고 면접 과정에서 공언한 바 있다. 

■ ‘PD수첩’에서 ‘공범자들’까지 

1986년 MBC에 입사한 최 사장은 <PD수첩>을 이끌며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스폰서 검사 등 굵직한 사건들을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0년에는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방송하려다 김재철 당시 사장으로부터 제지당했고 이듬해 국정원의 방송장악 계획에 따라 <PD수첩>팀에서 배제됐다. 2012년 파업 뒤 동료 5명과 함께 해고당했다. 백종문 전 MBC 부사장은 나중에 그를 해고할 “증거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해고된 뒤에는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탐사보도를 계속하며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과 정권의 방송장악 역사를 다룬 <공범자들>을 연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MBC 장악과 공영방송 탄압에 맞선 상징적인 인물인 데다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신임 사장 공모 과정에서 MBC 개혁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혀왔다. 2012년 파업 때 함께 해직당한 박성제 기자는 최 사장에 대해 “귀찮아서라도 하지 않을 법한 인터뷰 하나까지도 끝까지 해내는 훌륭한 저널리스트”라면서 “최 사장이라면 MBC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기대가 높지만 한편에서는 그가 지나치게 ‘강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 사장은 방문진 최종면접에서 “탐사보도 PD로서 상식의 위치에서 그 시대에 필요한 비판을 해왔다”며 “무조건 비판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갖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사장이 보도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밀실 낙하산’ 대신 ‘페북 공청회’ 

이번 MBC 사장 선임은 정권의 방송장악과 결부된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끊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방문진은 198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사장 선임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했다. 비공개 ‘밀실 인사’에서 벗어나 공정성과 투명성,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방문진은 지난달 20일부터 8일 동안 사장 공모를 진행했고, 후보자 12명을 대상으로 이사들이 투표해 후보군을 3명으로 좁혔다. 지난 1일 후보자 정책설명회는 외부에 모두 공개됐다. 원하는 시민들은 방청권을 얻어 후보들의 견해를 직접 들었으며 이 과정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다.

7일의 최종면접도 MBC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 자리에서 사전에 시민들로부터 받아놓은 질문을 후보들에게 던졌다. 최 사장을 비롯해 이우호 전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논설위원 등 세 후보자는 사실상 MBC 정상화의 힘이 돼준 시민들 앞에서 면접을 한 셈이었다.

■ 첫 임무는 ‘해직자 복직’ 

정상화의 길목에 선 MBC의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최 사장은 8일 오전 취임하자마자 노조와 함께 이용마 기자 등 해직자들의 복직을 공식 선언하고, MBC를 함께 이끌 경영진을 선임한다. 노조는 “방송장악의 어두운 역사를 청산하고 공정방송과 제작자율성을 지켜낼 인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너진 보도·시사교양·예능·드라마 등 각 부문을 재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예능국의 한 PD는 “그간 MBC 예능이 바뀐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했는데 제작자율성 강화, 시즌제 도입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사교양국 PD는 “시사교양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할 상황이라 집중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앞으로 백화점식 보도를 탈피해 분석과 비판을 강화하고 탐사보도를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제작자율성을 빼앗은 ‘본부장 책임제’를 없애고 실무 국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돌려주기로 했다.

내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왜곡보도로 뉴스를 망쳐놓은 사람들에게 단호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사장은 “불공정한 보도나 비윤리적인 취재행위를 치밀하게 조사해 다시 그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문일답]MBC 수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외압 막는 방패되겠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율촌빌딩에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로 최종면접을 보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율촌빌딩에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로 최종면접을 보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에 참여했다가 MBC에서 해직당했던 최승호 뉴스타파 PD(56)가 MBC 신임 사장으로 결정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7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후보자 3인에 대한 최종면접을 거쳐 최 PD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최 내정자의 사장 취임은 이날 저녁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다음은 이날 방문진 이사회 종료 직후 최 내정자와 기자들의 일문일답.

-소감이 어떤가. 

=MBC가 너무 긴 세월 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는데, 다시 MBC가 국민께 돌아가게 됐다. 제가 중요한 직무를 맡았는데 꼭 다시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내일 노사가 합의문을 발표하고 해직자 복직을 선언한다. 그 다음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해직자 복직에 대해 회사의 대표로서 결정을 해야 한다. 또 앞으로 MBC를 이끌어갈 분들을 선임해 MBC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중요한 일이다.

-아까 이진순 이사가 ‘너무 정부에 비판적이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페이스북 댓글을 소개했다.

=이사님들께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수십년동안 탐사보도 하면서 상식에 어긋나게 정파적인 입장에서 정부나 다른 곳을 비판해본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늘 저의 탐사보도를 통한 비판은 우리사회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과도하게 반대 측을 공격하기 위한 보도를 해온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해온 탐사보도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져 오기도 했다. 사실과 달라서 수정해야 하는 건 없다. 앞으로도 공영방송 MBC의 방향은 언제나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쪽이다. 특정한 정파의 입장에 위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는 보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외압을 막는 방패로서의 역할을 하겠다. 이렇게 보도해라, 이거 보도해라 저거 보도해라 이런 얘기 절대로 안 하겠다. 내부 구성원들이 받을 수도 있는 압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겠다. 

-나머지 두 후보들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계획이 있나.

=이우호 후보의 아시아콘텐츠하이웨이 정책은 제가 가진 생각과도 비슷하다.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흥식 후보의 콘텐츠 종합 계획 센터와 관련된 정책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조직에 당장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방향은 충분히 공감한다.

-노조에 가까운 입장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이 “MBC가 노영방송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해나가겠나. 

=MBC 노조는 구성원들의 연합체로서 자율적 의지를 수렴해내는 중요한 조직체다. 늘 공정방송을 망치는 세력에 대해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항하고 싸우는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임금 올려달라, 복지 늘려달라고 싸운 적이 없다. 제가 노조위원장일 때는 임금피크제를 노조가 했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모든 사람이고,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자 동시에 내 것이라는 그런 마음으로 일해왔다고 생각한다. MBC에서 노조는 다른 곳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사장 후보자들도 모두 남자였다. 성평등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겠나.

=제가 1986년에 입사했는데 그 당시 PD 중에 여성 동료는 단 한 명이었다. 그 후 한참 동안 여성들이 입사를 못 해서 국장급이나 임원진을 할 수 있는 여성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여성 사원들을 많이 뽑았다. 성평등 문제를 의식하면서 여성 인사들을 반드시 늘려나가겠다. 신입사원 채용 때도 반드시 여성 면접관이 참여하도록 하겠다. 

-해직기간 동안 활동했던 뉴스타파를 떠나야 한다. 뉴스타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남은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뉴스타파는 1급수, MBC는 상수도라고 생각한다. 상수도가 망가져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하기 위해 MBC로 돌아가 상수도를 되살리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1급수의 역할을 계속 할 것이다. KBS를 그만두고 온 많은 기자들이 뉴스타파의 중추다. 뉴스타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MBC 무단협 상태가 오래됐는데 단협은 언제 체결할 것인가 

=노조와 협의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하겠다.


최승호 사장 선임 보도하며 '해고 사실' 쏙 뺀 MBC 뉴스데스크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7일 MBC 뉴스데스크 캡쳐화면

7일 MBC 뉴스데스크 캡쳐화면

MBC <뉴스데스크>가 7일 2012년 MBC에서 해직당한 최승호 뉴스타파 PD의 자사 사장 선임 소식을 전하면서 해직 이력을 소개하지 않았다.

<뉴스데스크>는 최 사장 선임 소식을 이날 10번째 꼭지에 30초짜리 단신으로 내보내며 “MBC는 오늘 주주총회를 열고 최승호 뉴스타파 PD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최 신임 사장은 경북대를 졸업했으며 1986년 MBC에 입사해 시사교양국 책임프로듀서 등을 역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13일 해임된 김장겸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2020년까지다”라고 전했다. 최 사장이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 과정에서 김재철 전 사장과 경영진에 의해 해고당했던 일을 이력에서 제외한 것이다. 타 언론사들이 최 사장의 선임 사실을 보도하며 ‘해직 PD의 복귀’에 가장 주목한 것과는 상반된다.

당시 최 사장의 해고에 대해 백종문 전 MBC 부사장은 나중에야 “해고 증거가 없었다”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 사장은 MBC에서 해고당한 뒤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일했는데, <뉴스데스크>는 이 이력 역시 직함으로만 언급했을 뿐 보도에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방문진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최종후보자 3명에 대한 면접을 거쳐 최 사장을 신임 MBC 사장으로 결정했다. 최 사장은 내정 발표 뒤 기자들에게 “MBC가 너무 긴 세월 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는데 다시 국민께 돌아가게 됐다”며 “제가 중요한 직무를 맡았는데 꼭 다시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