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한 제빵기사를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은 파리바게뜨에 일단 과태료 162억7000만원이 부과된다. 나머지 과태료 액수는 본사가 제출한 제빵기사 3600여명의 ‘직접고용 거부’ 확인서가 얼마나 자발적으로 쓰인 것인지에 달렸다.
노동부는 20일 “직접고용 의무를 어긴 파리바게뜨에 1차로 과태료 162억7000만원 부과를 사전통지한다”고 밝혔다. 과태료는 사전통지한 날로부터 14일 후 부과된다. 파리바게뜨는 과태료가 부과된 후 6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여 본사가 제빵기사와 카페기사 5309명을 불법파견해왔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이들을 모두 본사가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3500여개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카페기사들의 업무를 실시간 지휘·감독하면서도 이들을 고용하지는 않았고, 사실상 인력파견업체인 ‘협력업체’들을 통해 가맹점들에 보내는 형식을 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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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시정지시가 나온 뒤에도 파리바게뜨는 이를 따르지 않고 ‘우회로’를 모색해 왔다. 지난달엔 법원에 시정지시 집행정지 신청을 내 시간을 끌었다. 법원은 신청을 기각했지만 그사이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와 가맹점들을 앞세워 ‘상생기업안’이라는 것을 내놨다. 본사와 가맹점, 협력업체가 합작한 ‘해피파트너즈’라는 회사를 만들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빵·카페기사들을 접촉해 ‘본사 직접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아냈다. 파견법에 따르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더라도 노동자 본인이 직접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본사가 고용할 의무가 면제된다.
문제는 기사들이 낸 ‘직접고용 거부 확인서’가 자발적으로 쓰였나 하는 점이다. 노동부가 과태료를 나누어 부과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이날 파리바게뜨에 통보한 162억7000만원은 직접고용 거부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인원 1627명에 1인당 과태료 1000만원을 곱한 액수다.
과태료 액수는 추가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파리바게뜨는 네 차례에 걸쳐 4299명의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노동부가 검토한 결과 그중 617명은 협력업체 관리자, 시정지시 이후 입사자 혹은 중복제출자로 확인됐다. 파리바게뜨가 확인서를 낸 사람 수를 부풀리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허위’로 판명난 사람들을 뺀 나머지 3682명 중에서도 상당수는 실제로는 직접고용을 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파리바게뜨로부터 확인서를 강요받았다는 기사들의 증언이 잇따른 데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통해 “확인서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들도 300명이 넘는다.
사측과 협력업체들이 확인서를 강요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노동부는 지난 14일부터 확인서를 낸 이들에게 본인 뜻에 따라 작성했는지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수백건의 답장이 왔고, 절반가량은 ‘자의가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확인서가 진의가 아니라고 답한 이들을 심층조사해 최종적으로 (직접고용을 원하는) 제조기사 인원수를 확인하고, 그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2차로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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