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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청소노동자 살충제에 집단 실신···소독 뒤 환기 안 된 객실에 투입

2018.2.2 김상범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를 청소하는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객실에 남아있는 방역 살충제 성분에 중독돼 집단으로 실신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내부를 청소하는 노동자 6명이 소독약을 뿌린 뒤 충분히 환기시키지 않은 객실에 들어갔다가 5분도 안 돼 쓰러졌다. 응급실로 실려간 이들은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2주간 치료를 받았다.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객실 소독을 한 뒤에도 곳곳에 남아있던 살충제 성분 때문에 쓰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 노동자들이 들이마신 소독약에는 모기 등 해충을 잡는데 쓰이는 ‘델타메트린’ 성분이 들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2여객터미날 공식 운영을 사흘 앞둔 지난달 15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 관제탑에서 바라본 제2터미널 계류장의 모습. 대한항공의 항공기가 보인다. 이준헌 기자


이 청소노동자들은 인력파견업체 ‘이케이맨파워’ 소속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주)한국공항에서 객실 청소를 위탁받은 하청업체다. 객실 방역작업은 또 다른 하청업체 ‘그린온’이 맡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방역을 마친 객실에 투입될 당시, 살충제의 위험성은커녕 소독을 했었다는 정보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노동자가 사용하는 물질에 대한 위험성과 응급처치방법, 사용시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줄 의무를 지우고 있다. 노조는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그린온, 이케이맨파워 등 4개 사업주 중 누구도 이 의무를 따르지 않았다”라며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소통의 부재로 인해 빚어진 전형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이케이맨파워는 산재가 벌어진 사실을 노동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이케이맨파워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협의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노조는 “산재를 은폐한 이케이맨파워뿐 아니라, 살충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한국공항과 대한항공도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 방역이 끝난 후 이케이맨파워 측에서 주의조치 등이 잘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며 “현재는 방역 뒤 경고 플래카드 등을 부착하고 충분히 환기시킨 후 기내에 출입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