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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장관이 발로 뛰는데…최저임금 대책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적은 이유는?

김상범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걱정 뚝! 부담 뚝!” 

요즘 음식점과 카페 등이 늘어선 거리에서 종종 마주치는 현수막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담당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의 연락처가 적혀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 시키기 위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주요 후속대책이다. 노동자 1명당 인건비를 13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발벗고 나서서 영세사업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청률은 저조하다. 

상담·신청 직접 받은 노동부 장관

2일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를 찾았다. 이곳에 마련된 일자리 안정자금 찾아가는 현장접수처를 찾아 직접 신청을 받고 상담도 했다. 근처의 상가 밀집지역을 따라 가두 캠페인을 진행하고, 일대 편의점과 소매점, 음식점 등을 방문해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에도 나섰다. 

2일 대전 중구 상점가를 찾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역 소상공인들을 만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김 장관 뿐만이 아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등 고위급 인사들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황이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을 만나면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적극 알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노동부에는 “다른 일 제쳐두고 현장으로 나가 신청을 받으라”라는 특명까지 내려졌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간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달 31일 기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사업장은 3만6149곳이고 대상 노동자는 8만573명이다. 정부가 애초 추산한 신청 대상 236만4000명의 3.4% 수준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31일 일자리 안정자금 자격요건을 갖춘 사업장에 처음으로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사업장 328곳, 538명에게 6791만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안정자금 예산 2억9708억원의 0.002%에 불과하다. 

4대보험 부담에 ‘머뭇’

영세사업자들이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4대보험 가입에 따른 부담이다. 안정자금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고용보험으로 근로소득 총액 등을 확인해야 지원금을 내줄 수 있다. 영세업체일수록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고용보험은 급여의 1.3%인 보험료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나눠 낸다. 

보통 국민연금 산재보험 등 다른 4대보험에도 함께 가입하기 때문에 적은 부담은 아니다. 정부가 가입을 독려하려고 신규가입 보험료를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자 본인이 소득이 노출되거나 손에 쥐는 현금이 줄어든다며 가입을 꺼릴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다.  

올해에만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정책이라는 점도 신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정부 공약대로라면 최저임금은 ‘2020년까지 1만원’ 목표를 향해 매년 15% 가까이 오른다. 2019년부터는 인건비 부담을 사업주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노동자 월 소득 190만원 이하’라는 자격요건도 장애물이다. 기본급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 생활자이지만, 야근·연장근로 수당까지 더하면 지원기준을 쉽게 넘기기 때문이다. 

성패 판단, 아직은 일러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기 때문에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야근이나 연장근로수당 때문에 (안정자금) 지원기준인 월 소득 19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비과세 대상과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며 “제조업 외 서비스업 등 다른 근로자들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뒤늦게 신청하더라도 지원금을 소급 적용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신청은 늘어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은 임금 지급시기가 1월 말일이나 2월 초로 늦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건비 지급 내역이 있어야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2월 중하순경은 돼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