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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9년의 기다림…쌍용차 해고자 130명, 올해는 공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1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시민·종교단체 인사들이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인도 원정투쟁’ 착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지난해 12월1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시민·종교단체 인사들이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인도 원정투쟁’ 착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범 기자

130명.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의 숫자다. 투기자본에 의한 도산과 구조조정을 온몸으로 겪어낸 해고자들은 지난 9년의 시간을 ‘기나긴 희망고문’으로 여긴다. 회생절차를 마친 회사가 2015년 “해고자들의 채용을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한 뒤로도, 3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최근 해고자들(금속노조 쌍용차지부)과 쌍용차가 8개월여만에 다시 만나면서 복직 문제를 풀 모멘텀이 될 지 주목받고 있다. 12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지난 8일 평택 본사에서 만나 복직을 위한 노사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2015년 12월 회사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업노조 3자는 “2017년까지 해고자들의 채용을 조속히 노력한다”고 합의하면서 ‘복직점검위원회’를 열어나가기로 했었는데, 복직의 규모와 속도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다 지난 7월 이후 대화가 끊어진 상태였다.

8개월만에 만났지만 간극은 여전했다. 최종식 사장은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경영상태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당장은 ‘전원 복직’ 같은 극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시한 것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해고자들의 전원 복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겠다”라고 맞받았다. 다만 양측 모두 더 이상 쌍용차에서 해고자 문제로 인한 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이번 만남은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자 3명이 지난 12월1일부터 53일간 ‘인도 원정투쟁’을 벌인 뒤 만들어진 자리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복직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부재중인 마힌드라 회장 대신 만난 파완 고엔카 대표이사는 노조 측에는 “쌍용차는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한국 경영진과 복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청드린다”라고 하면서, 한국의 최종식 사장에게도 ‘빠른 시일 안에 문제 해결을 할 것’을 주문했다.

2015년 1월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중인 해고노동자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해고자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다. 먼저 노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쌍용차 노동자들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60시간이 넘는다. 노조는 회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 근무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면 남은 해고자들의 복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쌍용차와 기업노조는 올 상반기 중에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행하자는 데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그 공백을 채울 추가채용은 얼마나 할 지, 이 가운데 복직자는 몇 명이 포함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두번째 조건은 경영 사정이다. 쌍용차는 티볼리와 G4렉스턴 등 신차 출시에 맞춰 해고자들을 받아 왔으나 그 숫자는 3년간 37명에 그쳤다. 마힌드라 회장은 최근 노조에 보낸 서한에서 “안타깝게도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2017년에 모든 해고자를 재고용할 수 없었다”라며 “현지 경영진이 상황이 나아지고 신규채용을 할 정당한 사유가 생기면 해고자 재고용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의 최근 실적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내놓은 신차들이 모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판매량도 치솟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아직 ‘적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12일 “아직까지 공장 가동률이 62%에 불과해 지금도 유휴인력이 많은 상황”이라며 “환율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전망도 녹록치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해고자들은 단순히 ‘비용’ 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몇명을 더 받고 안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해묵은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설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인 실무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해고자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당시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2646명 정리해고안을 내놓으면서 빚어졌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76일간의 공장 ‘옥쇄파업’으로 맞섰으나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희망퇴직과 징계·정리해고를 당해 공장 밖으로 나왔다. 이후 노조는 대한문 노숙농성, 오체투지, 굴뚝농성 등을 통해 쌍용차 사태를 알려왔다. 해고자 대부분이 재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나 육체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으며, 그 사이 해고자와 가족 등 29명이 질병이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