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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열전

근무시간 ‘고무줄’처럼…알바 1975명 임금 5억원 가로챈 피자헛

한 피자헛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경향신문 자료사진한 피자헛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경향신문 자료사진

부산에서 피자헛 브랜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수법으로 5억원이 넘는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월 식품업체 ‘진영푸드’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한 결과, 근무시간을 조작하거나 강제로 조퇴시켜 시간외수당과 휴업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진영푸드는 피자헛의 부산지역 가맹점 20곳을 위탁 운영하는 회사다. 노동청 점검 결과 이 회사는 아르바이트생 1975명에게 줘야 할 임금 총 5억2782만원을 이런 식으로 가로채려 했다.

노동청은 지난 1월29일 경향신문이 피자헛 알바의 ‘고무줄 노동시간’에 대해 보도(피자헛 주방 알바 박씨는 왜 ‘고무줄 노동’에 시달릴까)한 뒤 현장 점검에 나섰다. 당시 아르바이트생들을 상담한 정의당 비정규직상담센터 ‘비상구’는 “피자헛이 수습기간 노동자의 최저임금 규정을 위반하고 근무시간이 ‘고무줄’처럼 바뀌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점검을 해보니 근로계약서에 적힌 시간보다 일을 더 했는데도 초과수당을 주지 않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여놓고 휴업수당을 주지 않은 적이 많았다. 매장 영업을 마감한 뒤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변경 확인서’를 쓰게 해 초과근무를 한 기록 자체를 없앴다. 이런 식으로 주지 않은 시간외수당이 1억4879만원이었다. 또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문량이 적거나 해서 사업주 사정으로 직원을 조퇴시킬 때에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줘야 하는데, 아르바이트생을 ‘강제 조퇴’ 시켜 휴업수당 1억7722만원을 가로챘다. 일한 시간을 따지면서 30분 미만은 쳐주지 않는 ‘임금꺾기’로도 1억7005만원의 임금을 주지 않았다.

근로계약서에는 법에 위반되거나 불공정한 조항도 있었다. 배달 직원들이 안전규정을 어겨 사고가 났을 때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회사에 부담시키지 않을 것”을 서약하게 해 직원에게 사고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려 했다가, 이번 점검 이후 삭제했다. 노동청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제기한 최저임금 위반, 임금꺾기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라며 “계좌가 해지된 것 등 800여만원을 빼고 모든 체불임금이 점검 이후 지급됐다”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는 “피자헛 임금체불은 고용노동부의 프랜차이즈 사업장 근로감독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상습 체불 사업주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블랙기업 퇴출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