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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9년만에 합법노조 인정.. 해직자 조합원 관련 규약 개정

29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상근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br />고용노동부는 이날 전공노가 2009년 이후 6번째로 낸 설립신고서를 받아들임으로써 9년 만에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29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상근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전공노가 2009년 이후 6번째로 낸 설립신고서를 받아들임으로써 9년 만에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법외노조였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해직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주는 규약을 일부 고쳐 9년 만에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해직자 조합원 자격을 문제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문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고용노동부는 전공노가 6번째로 낸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29일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임원 중에 해직자가 없고, 노조 규약도 수정됐다고 판단했다. 이제 전공노는 2009년 통합노조로 출범해 처음 설립신고증을 낸 지 9년 만에 ‘법외노조’ 꼬리표를 떼게 됐다. 전공노는 앞으로 합법적으로 노동조합 명칭을 쓸 수 있으며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협상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임명권자의 동의에 따라 노조 전임 활동도 가능해진다.

전공노는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됐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규약을 뒀다는 이유로 이전 정부에서 다섯 차례나 설립신고서를 반려당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에 해직된 공무원은 노동조합원으로 보지 않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이미 2013년 정부와 협의해 해직자 조합원 자격 문제를 ‘법령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규약을 고쳤지만, 당시 정부는 설립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원 자격은 중앙집행위원회가 결정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전공노가 해직자의 조합 활동 여지를 열어놓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양측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6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하며 합의점을 찾기 시작했다. 전공노는 올 초 임원 선거에서 임원과 지부장 등 노조 간부 208명 전원을 재직자로만 구성했다. 지난 24일에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문제의 단서 조항을 없앴다. 그 대신 해직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는 별도 규정을 만들어 정하도록 규약을 개정했다. 이 개정안에 77%가 찬성해 통과된 뒤 설립신고서를 냈다.

해직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한 현행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은 노동계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노조가 조직을 자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권리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과 법무부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공노도 공무원노조법을 고쳐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교섭 등 노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그간 정부가 문제 삼아온 규약을 수정하는 제스처를 통해 우선 ‘합법화’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원 수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합법적 단체교섭권을 가진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 다른 공무원노조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전공노 안팎에서는 공무원노조법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선 언제든 다시 법외화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공노는 조합원 자격에 대한 규정을 새로 만들기로 했지만 해직자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어놨다. 아직 새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일단 설립신고서를 내줬지만, 전공노가 해직자들도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 노동부 입장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내놨다. 해직자 문제로 노조의 존립이 흔들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공무원노조법을 고치는 것이다. 전공노가 “불법노조 낙인을 걷어낸 만큼 해직자 복직과 ILO 핵심 협약 비준 등에 힘쓸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노총도 “조합원 자격은 노조가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지 입법적으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규약 개정이 아닌 국회의 노조법 개정을 통해 합법화됐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전공노와 마찬가지로 법외노조인 전교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교조는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2013년 10월 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는 2013년 조합원 총투표에서 해직자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던 만큼 이를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사실상 해직자가 활동하는 전공노가 법내화됐다면 같은 논리로 전교조에 내린 ‘노조 아님’ 통보도 당장 철회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교조와도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현행법에 따라 해직자를 노조원에서 제외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 보고 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전공노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앞으로 공직사회 내부의 건전한 비판자로서 개혁을 견인하고 공공부문에서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