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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기

‘대학 학사·기금 운영 독단 방지’ 법 개정했지만 ‘속 빈 강정’

ㆍ국공립 평의원회 설치…심의기구로 만들어 견제 기능 약해
ㆍ사립대 기금운용심의회 신설…단서조항 둬 이사회 입김 여지

‘대학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모든 대학에 평의원회를 설치하고, 사립대에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한다.’

지난해 11월 총장, 이사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된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내용들이다. 하지만 학교 운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단서조항’이 붙었거나 내용이 모호해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된 고등교육법은 사립대뿐 아니라 국공립대에도 의무적으로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도록 했고, 개정 사립학교법은 모든 사립대와 학교법인에 각각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평의원회는 교원, 직원, 조교, 학생 등 각 단위를 고루 대표하는 대학 구성원 11명이 참여하며 대학 발전계획 등을 심의한다.

사립학교법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 등으로 이뤄진 적립금이 무분별하게 쓰이는 것을 막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기금운용심의회에 7명 이내의 대학 구성원과 1명 이상의 회계·재무 관련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했다. 구체적인 시행령을 담은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지난달 16일과 20일 각각 입법예고됐다.

교육당국은 평의원회를 모든 대학들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로 만든 데다 심의 결과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이미 사립대 평의원회에서 학생 위원보다 외부인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기금운용심의회의 경우 학교법인과 학교에 각각 심의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사회가 기금 규모 등을 고려해 통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그 기준이 될 기금 규모를 정하지 않아 대학 이사회들이 마음대로 심의회를 통합할 수 있게 해놓은 셈이다. 또 심의회 위원장은 총장과 이사장이 맡게 하면서, 위원 임명이나 심의회 구성·운영도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하게 했다. 학교 운영진의 독선을 막기 위해 생긴 협의체인데도 이들에게 실질적 결정 권한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2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학교 설립자, 경영자는 평의원회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을 것, 평의원회를 매월 1회 이상 열고 집행 경과를 보고할 것, 학생 평의원에 각 캠퍼스 학생 대표와 대학원 대표를 포함할 것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기금운용심의회에 대해서는 통합 조항을 삭제하고 위원장의 최종 결정 권한을 없앨 것, 특정 단위 구성원이 회의체를 주도할 수 없도록 구성 비율을 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평의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가 학교 측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과 논의 결과를 비공개하는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대학의 민주성, 공공성을 확대하는 유일한 방안은 대학 구성원들이 학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