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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삶

‘성차별’ 평창올림픽 중계···여성 캐스터는 3% 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김선영, 김경애 자매가 스윕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김선영, 김경애 자매가 스윕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여자 선수가 한 방짜리 나오기가 솔직히 몇 번 안 되거든요”(KBS 컬링 여자 예선)

“이 선수는 차별화는 성공했어요. 곱고 약하게 생겼어요. 그런데 강인함을 선보였어요”(SBS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여자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거나 외모를 평가하는 등 해설자들의 성차별 발언이 잇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지상파 방송 3사의 235개 경기 중계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중계방송에서 나타난 성차별적 발언은 총 30건이었다. 방송사별로는 KBS가 20건(66.6%)으로 가장 많았고, MBC와 SBS가 각각 5건(16.7%)으로 뒤를 이었다. KBS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 중계에서 한 여성 해설위원이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 예뻐요. 여자선수들”이라고 말하자 남성 해설위원은 “해설위원님도 지금 많이 예뻐졌어요”라며 불필요하게 외모를 언급했다.

경기와 무관한 선수의 사생활이나 나이를 언급하거나 선정적인 발언을 한 사례도 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를 중계한 KBS 여성 해설위원은 프랑스 선수를 두고 “여자 선수가 나이가 굉장히 많은데요, 몸 관리와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말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A파이널 중계에서 KBS의 한 남성 해설위원은 “아… 지렸… 아 팬티를 갈아입어야 될 것 같습니다”라며 방송 수위를 넘는 발언을 했다고 양평원은 지적했다. 문제성 발언을 한 사람의 비율은 남성 중계진이 27명(79.4%), 여성 중계진은 7명(20.6%)이었다.

방송 3사의 전체 중계진도 남성 비율이 훨씬 높았다. 전체 중계진 499명 중 여성은 124명(24.8%), 남성은 375명(75.2%)이었다. 캐스터는 여성 16명(3%), 남성 211명(97%)으로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설자 역시 여성이 108명(39.7%), 남성이 164명(60.3%)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일부 성차별 사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양평원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동계올림픽 사상 ‘여성·혼성 종목 최다’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미디어 속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중계진을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고 언론 종사자가 양성평등 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