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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청와대·김관진에 매일 보고" 530심리전단 전 간부 증언

30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인터뷰.

30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인터뷰.

30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인터뷰.

30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인터뷰.

·KBS 기자들 “취재 다 했는데 회사서 보도 거부”

제작거부 중인 KBS 기자들이 2010년~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개입됐고,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에게도 날마다 댓글공작 결과가 보고됐다는 당시 사이버사 핵심 간부의 폭로를 공개했다. 청와대가 댓글공작에 개입했다는 관계자의 실명 폭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기자들은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KBS 뉴스를 통해 이 내용을 보도하려 했지만 보도국장단으로부터 가로막혔다고 밝혔다.

■“댓글부대 공작, 청와대·김관진에 보고” 전직 군간부 실명폭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1과장)으로 일하며 직접 530심리전단의 댓글공작에 가담했던 김기현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김씨는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 창설 당시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으로 임명돼 인사와 예산, 보안 등 각종 업무를 총괄했다. 단장이 없을 때에는 직무대행을 하는 사실상의 부단장 역할이었다.

김 전 과장은 KBS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530심리전단 대원 120명이 공작한 댓글 내용을 보고서로 만들어 매일 오전 7시쯤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과장은 “대통령 찬성 (의견)이 20%인데 우리가 밤새 작전한 결과 20%에서 70%로 찬성이 올랐다, 그런 걸 종합해서 배포하고 청와대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른바 ‘시스템 보고’라고 불리는 온라인 보고 형태였으며, 수신처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이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청와대가 530심리전단의 댓글공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꾸준히 나왔지만 내부 고위관계자가 구체적 수신처까지 밝혀가며 폭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고위직들에게도 댓글공작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군 간부들에게 전달하는 보고서는 ‘블랙북’이라고 불리는 잠금장치가 달린 서류가방에 넣어 전달했다. 특히 김 전 장관에게는 그가 직접 보고서를 전달한 일도 있었다. 김 전 과장은 “보고서를 봉투에 넣어 직접 봉해서 장관 보좌관에게 주고 왔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관련 의혹을 부인한 데 대해서는 “그건 거짓말”이라고 했다.

김 전 과장은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특수활동비 25만원씩을 받았다고도 털어놨다. 국정원 적폐청산 TF팀은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 건네졌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KBS 기자들에 따르면 국정원 TF팀도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사이의 공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 전 과장은 또 군이 댓글공작을 부실하게 수사했다고도 말했다. 530심리전단이 주로 활동한 포털사이트는 다음인데, 조사본부가 심리전단원들의 네이버 아이디만 조사해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530심리전단에 대한 수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직 심리전단장 이모씨뿐이다.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은 각각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를 받았고 김 전 장관은 수사대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KBS가 취재한 관련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윤영범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KBS 취재팀에 “그런 보고서들은 일상적 문서에 같이 포함돼서 오기 때문에 저희들이 챙겨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천영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모든 올라오는 정보를 전부 다 저한테 보고하고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물증 없다” 특종 막은 KBS 보도국장단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청와대가 군 댓글공작에 개입했다는 전직 군 간부의 폭로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뉴스는 KBS 뉴스를 통해 방송되지 못하고 노조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개됐다.

취재팀은 이달 초 이번 사안을 뉴스로 방송해야 한다고 KBS 보도국장단에 요청했지만 보도국장과 주간단이 방송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취재팀에 따르면 보도국장단은 폭로자의 고발 내용이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방송을 거부했다. 폭로자인 김 전 과장이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안보특보로 활동했던 전력도 문제삼았다. 취재팀은 “보도국장단이 ‘이번 보도가 나가면 자유한국당 등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밝혔다.

취재팀은 “김 전 과장은 530심리전단의 사실상 부단장이었고 폭로에 구체성과 일관성이 있으며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특성상 물증을 제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김 전 과장 스스로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조속한 수사로 자신의 진술이 맞는지 검증하기를 원하는 점 등으로 볼 때 뉴스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보도국장단의 논리대로라면 언론은 아무것도 보도하지 못한다”며 “반대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않는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완주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은 KBS 홍보실을 통해 “취재와 제작을 통해 리포트 같은 결과물이 나왔는데도 방송을 막는 게 방송거부인데 이번 건의 경우 여전히 취재 중인 사안이라 방송거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보자의 증언이 전부인 상황에서 제보자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보도가 논란에 휩싸일 경우 반박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해 조금 더 증거를 찾아보자고 한 것이지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KBS 기자들은 보도국이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못하게 한 일이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정지환 당시 보도국장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도 당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거액의 후원을 받았다는 단독 보도를 두고 국장단이 “눈에 보이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보도를 거부했다. 당시 보도국장은 고대영 현 KBS 사장이다.

KBS 기자 489명은 이같은 행태에 항의하며 지난 28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30일 오전 7시부터는 PD협회 750여명이 제작거부를 시작했다. 보도본부 내 부장·팀장 등 간부 35명이 “고 사장이 결단을 내리는 것만이 해법”이라며 보직을 사퇴했고, PD 간부 88명도 고 사장의 모든 지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보직을 내려놨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다음달 4일, KBS 노동조합(1노조)는 다음달 7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