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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배문규의 에코와치] 태풍에 산사태 걱정되는데...가리왕산 스키장, 복원노력 안 해도 ‘과태료 1000만원’?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넉달이 되도록 방치된 강원 정선 가리왕산의 알파인스키경기장 일대에 산사태 비상이 걸렸다. 이미 지난달 폭우 때 경사면이 무너져내렸는데, 장맛비에 태풍까지 올라오면서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500년 된 숲을 베어내고 스키장을 지으면서 ‘올림픽 뒤 생태계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한 강원도는 복원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위반 사항을 적발해 강원도에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 알파인스키 경기장. _ 정지윤 기자


지난해 강원도는 가리왕산 생태를 복원하기 위해 자연식생에서 풀과 나무를 옮겨심어 양묘를 하겠다고 환경부에 약속했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양묘 수종 선정과 물량산정 일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정선군 임계면에 시험양묘장을 만들어 신갈나무, 사스래나무 등을 심고 자생종자들도 채종해 식생복원에 힘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 때 양묘를 하지도 않았고, 이행조치 명령을 받았음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복원하겠다고 옮겨놓은 수목들은 말라죽었고 종자 채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생태계 교란 식물인 돼지풀도 제거하지 않았다. 희귀 초본류를 옮겨심을 이식지는 관리소홀로 훼손됐다.

1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달 두 차례 현장점검을 해서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과태료 1000만원을 결정했다. 환경청은 이달 31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처분을 확정한다.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하면 환경청은 최대 2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대규모 공사로 산을 파헤치고 약속한 복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리왕산 스키장은 지난 5월 17~18일 집중호우로 스키장 슬로프였던 경사면이 무너져내렸고 산사태 우려에 주변 주민 6명이 대피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5일 장마를 앞두고 뒤늦게 가리왕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으며, 태풍 ‘쁘라삐룬’이 북상하자 현장상황관리관 두 명을 파견했다.

지난 5월 17~18일 쏟아진 집중호우로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 일대가  배수로에 토사가 쌓이고, 배수로가 아닌 경사로 곳곳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17~18일 쏟아진 집중호우로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 일대가 배수로에 토사가 쌓이고, 배수로가 아닌 경사로 곳곳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장마와 태풍을 넘기더라도 복원은 요원하다. 복원을 전제로 개발허가를 받은 강원도가 여전히 생태복원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원도는 복원에 시간이 걸린다며,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유치해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복원계획 이행을 감독하고 강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업 초기부터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다.

지난달 28일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복원을 약속했던 강원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환경부와 산림청은 강원도를 묵인하고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사 과정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신창현 의원은 “장마철 폭우 피해가 자명한 상황임에도 강원도와 환경부 모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강원도뿐만 아니라 늑장을 부리다 뒤늦게 면피용 처벌을 내린 환경부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