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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촉구’ 사장실 점거농성

박준철·남지원 기자 terryus@kyunghyang.com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9일 한국지엠 부평본사 사장실을 점거하고 플래카드를 내 걸었다.|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9일 한국지엠 부평본사 사장실을 점거하고 플래카드를 내 걸었다.|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9일 인천 부평 본사와 사장실을 점거했다.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조합원 50여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부평본사와 카허 카젬 사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부평·군산·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0여명 중 20여명은 사장실에서, 30여명은 본사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부평·창원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2000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사내하청 비정규직 774명이 모두 불법파견 형태로 일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이들을 모두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노동부는 부평공장 불법파견 여부도 조사중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시정지시 시한까지 이를 거부하고 과태료를 내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길을 택했다. 한국지엠이 시정지시 불이행으로 납부해야 할 과태료는 비정규직 1인당 1000만원씩 모두 77억4000만원에 달한다.

한국지엠 3개 공장 비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의 모든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불법으로 비정규직 2000여명을 고용해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물량이 줄어들 때마다 비정규직을 마구잡이로 길거리로 내쫓았다”며 “공장 정상화를 위해 한국지엠에 81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는데 한국지엠은 이 돈을 비정규직 불법사용을 위한 과태료와 소송비로 지불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더라도 비정규직을 쓰는게 훨씬 이들이라는 뜻”이라며 “국민의 혈세가 불법 경영 방어에 쓰이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호인 지회장은 “카젬 사장이 직접 나와 대화에 나설 때까지 점거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비정규직지회가 사장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일단은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사와 사장실을 점거한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되는 만큼 내부적 검토를 거쳐 고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혈세 8100억원 받아 불법파견 과태료를? 한국지엠 비정규직들이 사장실 점거한 이유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맨 먼저 일자리를 잃은 것도,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린 것도 비정규직이었다. 자동차 생산물량이 줄면 회사는 ‘인소싱’을 해서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줄이고 그 일감을 정규직에게 나눠줬다. 올 초 회사가 법정관리 문턱까지 갔을 때 노사가 가까스로 만들어낸 자구안에는 이렇게 해고된 비정규직 문제는 한 마디도 없었다. 한국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한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지만 사내하청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월급을 받는다. 법원과 정부가 여러 차례 한국지엠이 불법파견 형태로 비정규직을 쓰고 있다며 직접고용하라고 했지만 사측은 법원 판결조차 이행한 적이 없다.

그동안 인천 본사와 국회, 청와대 앞을 오가며 불법파견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온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일 인천 부평 본사와 사장실을 점거했다. 한국지엠 군산·부평·창원비정규직지회 노동자 150여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부평 본사와 카허 카젬 사장실에 들어가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20여명은 사장실에 “한국지엠은 비정규 해고자 복직시키고 직접고용 실시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고, 나머지는 본사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부평·창원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2000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특별근로감독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774명이 모두 불법파견 상태라는 결론을 내리고 “모두 직접고용하라”고 명령했다. 한국지엠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창원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노동부는 부평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900여명의 불법파견 여부도 조사 중이어서, 추가로 직접고용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인천지법은 부평공장 사내하청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이미 내렸다.

법원 판결과 정부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대신에 한국지엠은 과태료를 내는 길을 택했다. 군산공장 폐쇄 후 남은 인력을 전환배치해야 하는데다, 직접고용을 하면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태료는 비정규직 1인당 1000만원씩 모두 77억4000만원인데 시정지시가 거듭되면 그 3배로 올라갈 수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17일 과태료 납부 확정통보가 오면 이의제기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도 열어놨다.

비정규직 노조가 ‘사장실 점거’라는 방법까지 쓰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노조는 “공장 정상화를 위해 81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는데, 한국지엠은 비정규직을 불법으로 쓰면서 과태료와 소송비로 이 돈을 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신규자금 8100억원을 수혈하기로 했다. 노조는 “1인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더라도 비정규직을 쓰는게 회사에 훨씬 이득이라는 뜻”이라며 “국민의 혈세가 불법경영 방어에 쓰이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더 철저히 하고 책임자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정규직 노조 황호인 지회장은 “카젬 사장이 직접 대화에 나설 때까지 점거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가 사장실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경위를 파악하고 경찰의 조력을 구해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며 “도급업체 직원들과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장이 그들과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