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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기기 규제 줄인다...체외진단검사기기 등 ‘우선 풀고 문제 생기면 규제’

체외진단검사분야의 심사 과정. 보건복지부 제공

체외진단검사분야의 심사 과정. 보건복지부 제공

첨단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가 정부 규제에 막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19일 의료기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정부는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기나 의료기술에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한다.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하면 우선 시장진입을 허용한 뒤 문제가 생겼을 때 규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규제완화를 강하게 요구해온 체외진단검사분야가 주 대상이다. 체외진단검사는 몸에서 채취한 혈액, 분변과 같은 검체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검사로, 몸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다. 하지만 까다로운 인증 절차로 체외진단기기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외진단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허가→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여부 확인→신의료기술평가’의 순서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의료기기 허가만 받으면 된다. 이에 따라 시장진입에 걸리는 기간은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줄어든다. 체외진단 기술의 신의료기술평가는 사전평가에서 사후평가로 바뀐다.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로봇 등을 활용한 의료기술을 임상현장에서 3~5년간 사용하게 하고, 이때 쌓인 풍부한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재평가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개발이력이 짧고 연구결과가 부족한 의료기술은 의학적 근거를 보여주는 연구문헌이 부족해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안전성, 유효성에 잠재가치를 추가로 고려해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별도의 평가절차를 운용한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도 ‘안전성’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첨단혁신의료기술의 가치를 평가하기 이전에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침습성을 3단계로 구분해 안전성을 따진다”면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가치가 높다고 해도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심사 과정도 손본다.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해 최대 280일이던 평가기간을 250일로 줄인다. 또한 맨 마지막에 하던 보험등재심사를 신의료기술평가와 동시에 진행해 최대 490일이 걸리던 심사과정을 390일 안에 끝낸다. 식약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통합심사 전담팀’을 꾸려 신청인과 소통하는 창구를 한곳으로 통일한다. 이렇게 되면 각 기관이 똑같은 자료를 요청하는 일이 사라진다. 규제기준이나 심의결과와 같은 규제 진행과정은 신청인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규제혁신과 더불어 의료기기 산업육성책도 함께 추진한다. 먼저 연구중심병원에 ‘산병협력단’ 설립을 허용해 병원이 의료기술 연구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아울러 환자진료 경험을 토대로 의료기기 개발을 주도할 연구의사를 육성하기 위해 진료시간을 줄이고 연구공간과 장비, 연구비를 적극 지원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와 기초연구 과학자의 협업을 촉진하고자 대학 내 기초의과학 분야 선도연구센터에 임상의사가 30% 이상 참여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둘 예정이다.

관련 법 제정에도 나선다. 복지부는 의료기기 규제와 산업 육성 정책 간 조화를 위해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는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기술적 특성에 맞는 법률 체계를 마련하고자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