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도 개편을 논의하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두번째 회의만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2020년까지 1만원’ 공약은 파기해야 한다”는 등 어수봉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놓고 노동자위원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임위 2차 전원회의는 1시간여만에 파행했다. 이날 노동자위원들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어수봉 위원장의 최근 언론 인터뷰가 ‘편향적’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노동자위원인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위원장이 지난해 10월18일 국정감사장에서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밝힌 뒤 재발방지를 약속했는데, 지난해 말 일부 매체와 인터뷰에서 편파적인 개인 입장을 또 밝혔다”라며 “올해 들어 또 비슷한 입장을 인터뷰로 밝혔기 때문에 더는 위원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노동자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도 “위원장이 양대노총 입장을 왜곡했고 위원들 총의를 모아서 해야 할 내용을 기정사실화해버렸다”며 “어수봉 위원장 자신이 최저임금 대통령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임명된 어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또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라거나 “최저임금을 이 상태에서 더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길바닥에서 데모할 것”이라는 말도 해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다음 연도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심의하는 기구다. 그런 위원회의 위원장이 대통령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쳐온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기준선을 넓혀 정기상여금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노동계에서 “실질임금 상승이 거의 되지 않는다”라며 반대하는 등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이날 2차 전원회의는 핵심 사안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지난달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낸 제도개선안을 보고받는 자리였다. 최임위는 다음달 20일 3차 전원회의를 열어 개선안에 대해 토론한 뒤 정부에 최종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차 회의가 파열음을 내면서, 최저임금제도 개편도 미궁 속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최임위가 2019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가는 올 4월까지 산입범위 확대 등 제도 개편이 불가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어 위원장은 “전원회의를 통해 사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40여분간의 정회 사이 회의 진행을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 김성호 부위원장(최임위 상임위원)은 “위원장이 조만간 거취를 표명하여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전달했다. 공익위원들은 “위원장과 거취를 같이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퇴장했고 회의는 결국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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