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9 송윤경 기자
1급 발암물질 라돈은 라듐이라는 금속에서 나온다. 20세기 광택을 띤 라듐의 존재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이를 ‘신비로운 광물’로 받아들이고 몸에 좋을 것이라고 믿기까지 했다. 물에 타 먹을 정도였다. 한국환경공단이 펴 낸 환경교육도서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할 환경상식 10가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라듐을 넣어 만든 생수, 치약, 초콜릿, 화장품 _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환경상식 10가지’ 캡처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할 환경상식 10가지’에는 라듐, 석면, DDT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교육도서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할 환경상식 10가지’(남상원, 유진수, 서상원, 박용수, 이혜정, 백주향, 고영란, 김윤태, 이강희, 이상원 저)는 환경교육포털사이트나 한국환경공단의 열린공단 홍보자료 게시판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퀴리부인, 빛나는 신비의 물질을 발견하다
주로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1급 발암물질 라돈은 라듐이 붕괴할 때 발생하는 방사선에서 나온다. 1988년 퀴리부인은 우라늄의 200배에 달하는 방사능을 함유한 라듐을 발견했다. 1차 세계대전 때에는 라듐의 원리를 이용한 휴대용 엑스레이 기계가 발명됐고 수많은 부상자를 구할 수 있었다.
라듐은 은색의 광택을 띠는 금속이라 물체에 야광을 띠게 하는 페인트 등의 원료로 널리 사용됐다. 사람들은 광이 나는 이 금속을 신비롭게 생각했고 심지어 몸에 좋을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라듐 생수, 라듐 초콜릿, 라듐 치약을 쓸 정도였다.
라듐소녀들의 립포인팅, 라듐이 칠해진 야광시계 |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환경상식 10가지’ 캡처
라듐의 위험성을 일깨운 이들은 ‘라듐소녀들’이었다. 이들은 야광 시계바늘을 만들기 위해 붓에 라듐을 묻혀 칠하는 일을 했다. 이때 붓 끝이 잘 갈라져 침으로 붓털을 핥는 ‘립포인팅’을 자주 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은 하루에 약 200개의 시계에 라듐을 칠했다.
시간이 흐른 뒤 소녀들의 이가 빠지고 잇몸이 병들어갔다. 턱뼈가 부서지거나 피부가 찢어지기도 했다. 라듐소녀들은 퀴리부인을 찾아갔다가 자신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고 사측을 고소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나중에 라듐 페인트를 발명한 사람이 라듐소녀들을 돕기로 하면서 라듐의 독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사업가는 라듐 페인트가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자신도 라듐중독으로 죽을 처지에 놓이자 잘못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기로 한 것이다. 라듐소녀들은 소송에서 이겼지만 방사능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불타지 않는 천’ 석면
석면의 뜻은 ‘돌솜’이다. 목화나 누에고치처럼 가늘고 긴 섬유모양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대 이집트, 그리스에서는 석면으로 옷을 짜 입었다고 한다. 석면은 섭씨 40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견디기 때문에 석면으로 짠 천은 불에 타지 않았다. 사람들은 석면이 악을 막는 마법의 돌이라고 생각했다. 석면 천으로 왕족의 시신을 덮는 담요 등을 만들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샤를마뉴 대제는 식사 후 석면 식탁보를 불 속에 던졌다고 한다. 전혀 타지 않고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진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석면으로 천을 짜는 프랑스의 ‘아미솔’이라는 공장 노동자 271명 중 12명이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1960년대부터 석면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된 터였다. 세계보건기구는 1987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 |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환경상식 10가지’ 캡처
석면은 내열성이 강하고 썩거나 닳지 않으며 산이나 알칼리에 변형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서는 주로 건축물의 슬레이트 지붕, 천장재, 바닥재, 방화재, 전기 절연재, 사무실 칸막이 등으로 많이 쓰였다.
한국에선 2007년부터 석면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해왔고 2015년부터는 어떤 용도로도 다루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 지어진 건축물에는 석면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체 시 각별한 주의를 해야한다. 현재 57개국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 중이지만 일부 개발도상국은 싸다는 이유로 석면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살충제 DDT와 ‘보르네오 섬 고양이 공수작전’
‘살충제계의 원자폭탄’이라 불리는 DDT의 이름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다.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이 살충제는 파울 헤르만 뮐러가 1939년 발명했다. DDT는 곤충만을 효과적으로 죽이면서 식물과 인간, 온혈동물에 해가 없는 완벽한 살충제로 각광받았다. 뮐러는 1948년 노벨상을 탔다.
보르네오 섬 고양이 공수작전을 묘사한 삽화 |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환경상식 10가지’ 캡처
그러나 DDT 살포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1950년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DDT를 애용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사라졌다. 그런데 DDT에 중독된 도마뱀과 바퀴벌레를 잡아먹은 고양이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사라지자 쥐가 우글거렸다. 1955년 영국은 인도네시아의 요청을 받고 ‘보르네오 섬 고양이 공수작전’을 펼친다. 전투기를 띄워 보르네오 섬에 고양이를 태운 낙하산을 대거 투하한 것이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가 터졌다. 고양이는 쥐 뿐 아니라 도마뱀까지 먹었다. 이 때문에 도마뱀이 즐겨먹는 나방 애벌레가 많아졌다. 애벌레들이 갉아먹은 탓에 마을의 움막집 지붕이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방귀'도 자원? 어른들도 읽어보세요
‘중학생이 되기 전 꼭 알아야할 환경상식 10가지’는 63페이지에 이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옛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빠르게 읽힌다. 라돈, 석면, 화학 살충제·살균제, 미세먼지 위험에 대한 일상 속 대처법도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다.
가축분뇨 냄새가 진동하던 마을이 가축분뇨바이오화 시설로 도시가스를 만들어 사용하게 된 이야기를 통해서는 똥이나 방귀(메탄가스)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분리배출제도, 탄소포인트제도 등 환경보전을 위한 다양한 제도도 소개돼 있다. 초등학생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성인에게도 유익할 법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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