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지난해 병원이나 약국을 한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25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층’의 미이용률이 소득 상위 계층에 비해 높았다. 소득이 적을 수록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고, 아파도 참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2일 건강보험공단의 ‘2017년 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비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분석대상 3888만3000명 중에서 지난해 1년 동안 요양기관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251만3000명(6.5%)이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년간 자격변동이 없는 1745만7000세대를 대상으로 보험료 부담과 의료이용을 연계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건강보험공단 강남서부지사 모습/연합뉴스
가입자격별로 보면, 지역가입자는 1118만3000명 중에서 10.4%(116만명)가, 직장가입자는 2770만명 중에서 4.9%(135만2000명)가 지난 1년간 한 번도 요양기관을 이용하지 않았다.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의료 미이용률이 높았다.
소득별로도 의료이용 격차가 뚜렷했다. 보험료 순으로 가입세대를 5개 구간으로 나눠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하위 20% 세대(1분위)에 속하는 563만명 중 한 번도 의료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44만6000명으로 8.1%를 차지했다. 이를 다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분리해보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미이용률은 15.8%까지 올라갔다.
반면 보험료 상위 20% 세대(5분위)에 속하는 1072만명 중 한 번도 의료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52만9000명으로 4.9%에 불과했다. 지역가입자 역시 소득이 상위 20%인 경우에는 미이용율이 6.8%로 나타났다.
소득이 적을 수록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다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3월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발표한 ‘17개 광역시도 252개 시군구별 건강불평등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불평등’은 전국 모든 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전남에서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간 건강수명 격차가 13.1년이나 나는 등 전국적으로 명백하게 소득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통계를 더 해석해봐야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의료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최근 5년간의 추이를 봐도 이는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건강보험은 ‘소득재분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건보공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세대 당 월평균 10만7302원을 보험료로 부담하고 19만2080원의 보험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료 하위 20% 세대는 월평균 2만7793원을 보험료로 부담하고, 14만9360원(5.4배)을 급여로 받았다. 상위 20% 세대(5분위)는 보험료 대비 급여비율이 1.2배로 나타났다. 질환별로 보면 심장질환자가 있는 세대는 8.1배, 뇌혈관질환은 8.2배, 희귀질환은 4.1배, 암질환 3.7배로 나타나 ‘중증질환’ 세대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