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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된 폭염](4)에어컨 거의 안 틀어…요양하러 갔다 되레 열사병만 얻어

ㆍ방관하는 의료·복지시설
ㆍ환자 안전보다 돈벌이 급급…한여름에도 내부온도 30도
ㆍ정부 허술한 점검체계 문제

기록적인 폭염행진이 시작되던 지난달 24일 부산 수영구의 ㄱ요양원. 이곳에 머물던 88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검안의가 출동했을 때 방의 내부 온도는 오전이었음에도 30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조사 결과 이 요양원은 평소 밤 10시 이후에는 에어컨을 꺼뒀으며, 낮에도 ‘노인들이 에어컨 바람을 싫어한다’며 주로 복도에 냉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안의는 고인이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요양원이나 노인병원 등 의료·복지시설 중 일부가 폭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은 돌봄이 필요해 이 같은 전문 시설에 들어갔다가 ㄱ요양원의 경우처럼 도리어 병을 키운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5일 서울과 강원도에 위치한 요양원들을 살펴본 결과 일부 시설들은 폭염에도 냉방을 최소한으로 공급했다. 강원도 횡성의 한 요양원은 기온이 높은 오후 2시30분쯤에도 방 온도를 30도 정도로 유지했다. 방 안이 후텁지근하다보니 한 노인은 침대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몸을 붙이고 있었다. 시설 측은 “노인 다수가 방 바깥에 나와 에어컨을 켜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충남 논산의 ㄷ병원에 부모가 입원한 적 있었다는 김모씨는 “당시 병원 냉방 시설이 열악해 병실 온도가 30도에 달했고, 이의를 제기해도 환풍기 정도만 교체해줬다”고 전했다. 광주의 한 장애인시설은 지난해 학대 의혹으로 조사받을 때 여름철 전기 요금이 봄이나 가을보다 적게 나와 논란이 됐다.

복지·의료시설들의 폭염 대응에 문제가 많지만, 정부의 점검 체계는 허술한 편이다. 정부는 폭염이 오면 각 시설에 공문을 보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권고할 뿐 현장에 대한 점검은 벌이지 않고 있다. 점검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폭염이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국가적 요소가 된 상황 속에서 ㄱ요양원 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정부가 할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요양원이 지켜야 할 ‘적정 온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요양원을 조사해보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선 환자 안전보다 정부 지원금을 통한 돈벌이에 몰두하는 일부 시설의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길원 요양보호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환자안전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