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낮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갔던 지난달 30일, 75m 높이의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농성장에 설치된 온도계는 50도를 가리켰다. 온도계가 표시할 수 있는 ‘최고기온’이었다. 6일 낮 전북 전주시청 앞 20m 조명탑 고공농성장의 온도는 42도로 표시됐다. 지상의 온도가 33.8도인 날이었다.
목동의 굴뚝 위에서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노동자 박준호씨와 홍기탁씨가 269일째 농성 중이고, 전주시청 조명탑에서는 택시노동자 김재주씨가 338일째 농성 중이다. 하늘에서 살을 에는 한파와 거센 비바람을 견뎌내며 1년 가까이 버틴 이들이 이제 하루하루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시민사회단체와 의료진 등은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 사람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을 방관하지 말고 정부가 현안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은 천막제조업체인 파인텍 공장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했던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굴뚝 위에 올랐다. 김재주씨는 택시회사들이 탈법적인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세 사람을 진료한 의료진들은 한목소리로 “건강상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몸조차 제대로 펴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농성을 하면서 체중과 근육량이 줄고 근골격계 통증이 심해진데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에서 살인적 더위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홍종원 의사는 홍기탁씨와 박준호씨의 건강상태에 대해 “굴뚝 위에 직사광선이 강하게 비춰 거처로 이용되는 천막은 찜통이라 햇빛을 피해 좁은 원형 공간을 서성이고 있다”며 “근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탈수로 인한 신체기능 부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재주씨를 진료한 오춘상 길벗한의사회 원장은 “고공농성 스트레스와 근력·신체기능 저하로 여러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건강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택시노동자들과 파인텍 노동자들이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법인택시 월급제 실시, 스타플렉스 문제 해결 등에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