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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이회성 IPCC 의장 “100년 만의 폭염이 내년에 또 올 수도 있는게 기후변화”

이회성 IPCC 의장이 10일 기상청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 관련 IPCC 의장 기자회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회성 IPCC 의장이 10일 기상청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 관련 IPCC 의장 기자회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 폭염, 극심한 가뭄, 태풍 등 이상기후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명확한 연구결과입니다. 기후변화로 올해같은 폭염이 발생하는 빈도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질 거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올해 기상관측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였다는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100년 만에 가장 더운 온도가 올해 한 번 오고 100년 뒤가 아니라 내년에도 오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다음달 1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수십년 뒤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회의가 열린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최종 승인하는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다.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국제기구다. 여기서 만든 2차 평가보고서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으로 이어졌고, 5차 평가보고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근거가 됐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IPCC 수장에 선출된 이회성 의장(73)은 10일 기상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정도 올라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이 2도를 넘어서면 전 지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달 195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이는 IPCC 총회에서 승인되는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는 데 따른 영향과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서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자’고 합의했다. 나라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섬나라들이 1.5도 목표치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반대하는 나라들도 있었다. IPCC가 2도와 1.5도의 차이를 설명하는 특별보고서를 만든 이유다.

이 의장은 “IPCC 5차 보고서의 주요 결론은 기후변화를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이라면서 “이미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피해가 더욱 심해지겠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충분히 안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것에서 보듯 기후변화에 대한 ‘온도차’가 각국마다 다르다.

하지만 올해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를 덮친 폭염에서 보듯 기후변화의 위협은 이미 현실이 됐다.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 평균 온도가 1.1도 정도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로도 과거 겪지 못한 여러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의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10월8일에 발표하겠지만, 현재까지 과학적 근거를 종합해보면 2도를 넘어섰을 경우 전 지구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1.5도 목표를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를 대하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2100년까지 2.7도가 올라가는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본다. 5차 보고서에서 ‘2도 이내 상승폭 제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은 1조t이다. 지금같은 속도면 길어야 30년 안에 1조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장은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탄소세나 저탄소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2005년 이후 나온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화석에너지에 대한 투자보다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 연구개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IPCC에서는 토양과 해양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토양이 앞으로 기후변화에서 관심사다. 숲과 나무가 우거진 토양은 탄소를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앞으로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경제개발이 가속화되면 앞으로 토양이 흡수원이 아니라 오히려 배출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의장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바다조차 온실가스 흡수원이 아니게 될 수 있어 심층적인 검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각국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첨예한 논의가 있겠지만 특별보고서는 최종 승인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파리협정의 정신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에 전 세계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장이 배출된 한국에서조차 기후변화는 아직까지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이 의장은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과학적 진실을 대중과 정책결정자들에게 알리면 상응하는 행동이 나올 걸로 생각했으나,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실제 과학적 정보와 그 정보를 받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의 괴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도 개인, 사회, 국가별로 위험 평가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일치시킬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동생인 이 의장은 1992년 제2차 평가단부터 IPCC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에너지경제와 관련한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2015년 IPCC 의장에 당선되면서 국제기구 수장이 된 다섯 번째 한국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