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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해양생태계 파괴' 성분 들어간 국내화장품 2만2000종…"사용 축소 검토"는 단 3곳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검색할 수 있는 ‘시선.net’ 온라인 페이지. 시선은 ‘바다(Sea)를 위해 선(sun)크림 성분을 보다(see)’라는 의미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검색할 수 있는 ‘시선.net’ 온라인 페이지. 시선은 ‘바다(Sea)를 위해 선(sun)크림 성분을 보다(see)’라는 의미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국내 화장품이 2만2000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2000년 이후 국내 시장에 판매·유통된 자외선 차단 기능성 화장품 중 ‘옥시벤존(Oxybenzone)’과 ‘옥티노세이트(Octinoxate)’를 함유한 제품이 2만2000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이 화학물질들은 산호초를 하얗게 죽이는 ‘백화 현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파악돼 지난 7월 미국 하와이주에서 두 성분이 함유된 자외선차단제 사용이 금지됐다. 해양 동물들의 주된 서식처인 산호초는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릴 정도로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사 결과 두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은 선크림, 선스프레이, 선스틱 등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BB크림이나 CC크림 등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을 비롯해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 다양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두 물질을 함유한 자외선 차단 화장품을 제조·판매한 상위 3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화학물질을 화장품 성분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그중 한국화장품, 셀트리온스킨큐어, 엔프라니 3개 업체는 동참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화장품은 “바로 대체가 가능한 품목부터 2019년 생산에 반영하고, 대체 불가능한 품목은 2~3년 내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자사 140개 품목 중 현재 판매하는 품목에 대해 대체 성분으로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며, 내용물 개발에 1년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알렸다. 엔프라니는 “즉시 대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개발을 통해 점진적으로 축소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인 엘지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나머지 32개 업체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원료 물질에 대한 국내 화장품 환경 규제도 미흡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화장품에서 옥시벤존 함량은 5%, 옥티노세이트는 7.5%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심사할 뿐, 생태와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각질제거제 등에 쓰이는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17년 사용을 금지한 사례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두 화학물질을 함유한 2만2000종의 화장품명과 업체명을 온라인 페이지 ‘시선.net’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안전한 성분으로 대체하도록 온라인 서명 캠페인을 벌이고, 정부와 국회에는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흔히 선크림이라 불리는 자외선차단제는 유기자외선차단제(유기자차)와 무기자외선차단제(무기자차)로 나뉜다. ‘유기자차’에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쓰인다. 옥시벤존은 산호의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옥티노세이트는 산호 체내 바이러스를 활성화해 산호의 성장과 번식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생태계의 건강을 고려한다면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무기자차’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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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을 함유한 100종 이상 자외선 차단 화장품 제조·판매 상위 35개 업체 명단.   | 환경운동연합 제공

2000년 이후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을 함유한 100종 이상 자외선 차단 화장품 제조·판매 상위 35개 업체 명단. | 환경운동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