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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어디 가고···‘바이오헬스’ 규제 푼다는 일자리위, “의료영리화” 노동계 반발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7차 일자리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7차 일자리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보건의료분야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정부가 ‘의료기기와 신약개발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만 내놔 잡음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은 “의료영리화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7차 회의를 열고 2022년까지 바이오헬스와 소프트웨어, 지식재산 분야에서 일자리 10만개를 만든다는 민간 일자리 창출 대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번 대책으로 바이오헬스 분야 4만2000개, 소프트웨어 2만4000개, 지식재산 4만6000개 등 총 10만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 6187억원이 투입된다.

그중 제약과 의료기기, 화장품 등 바이오헬스 산업에 1850억원을 쓴다. 인공지능과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신약개발 과정을 혁신하고, 국산 의료기기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시범사업을 하도록 지원한다. 공공기관끼리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연결할 플랫폼을 만들고 이 데이터로 공익적 연구를 활성화한다. 화장품 신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수출국가를 늘리며, 불필요한 규제는 풀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인재육성과 관련기업 지원, 지식재산 분야에서는 청년인재 양성과 스타트업·중소기업 성장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했다.

노동계와 보건의료계에서는 간호간병서비스 등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공공의료를 강화함으로써 고용을 늘리는 대신 업계 요구에 따라 ‘규제풀기’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자리위원회 산하 보건의료특위는 지난해 7월 출범하면서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창출의 ‘핵심 10대 과제’를 내걸었다. 여기에는 간호인력수급 종합대책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취약지·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일·가정 양립과 정규직화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의료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이런 내용은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10번째 과제로 언급된 보건산업 육성이 가장 먼저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민주노총은 “바이오헬스 관련 안건은 의료공공성과 연결된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 회의 나흘 전인 7일에야 위원들에게 안건을 보내는 등 일자리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처리를 시도했다”고 반발하며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보안 문제로 사전 자료배포에 제한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승호 일자리기획단장은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의료민영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추론으로 논의 자체를 막아버리는 부작용이 그간 있었다”며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책 중 일부는 의료영리화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우선 대형병원이 쓰고 나중에 평가하도록 하면 과잉진료와 건보재정 낭비로 이어지고 기업 수익성만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