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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스태프 감독급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미디어단체 반발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고용노동부가 드라마 제작 스태프 중 턴키(Turn-key) 계약을 맺는 감독급을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로 인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디어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제작사와 방송사가 현장 스태프에게 사용자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없애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방송스태프노조 등 6개 단체는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사와 제작사의 사용자 책임 분명히 하고 턴키계약 근절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방송사·제작사와 턴키계약을 맺은 감독급 스태프를 사용자로 보고 이들에게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 휴게, 임금 등 주요 근로조건을 명시하라고 주의하는 방향으로 특별근로감독 결론을 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지난 2월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드라마제작환경개선TF’이 요청해 실시됐다.

보통 드라마 제작 현장에선 제작사가 조명, 장비 등 각 촬영직군을 팀 단위로 묶어 감독급과 도급계약을 맺는다. 제작사는 사업자 성격을 가지는 감독급에게 제작비를 지급하고 감독이 스태프에게 급여를 준다. ‘턴키’로 불리는 이 계약방식은 근로시간과 개인당 인건비를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고 방송사, 제작사의 책임을 외주 감독급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단체들은 “정부에 드라마 스태프들을 노동자로 인정해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사용자’로 특정한 셈”이라며 “방송사와 제작사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턴키 계약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CJ E&M과 KBS 드라마 제작사가 턴키 계약 대신 스태프들과 개별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노동부가 현장의 개선노력을 거꾸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사용종속관계와 근로의 실질, 현장에서의 업무 이행 과정 및 턴키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함에도 노동부는 달랑 ‘턴키도급계약서’ 한 장을 근거로 노동자를 사용자로 둔갑시켰다”며 “방송사와 제작사가 자신들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의 의지와 규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턴키계약 감독들을 사용자로 본 판단을 즉각 철회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근로감독결과에 대한 언론·시민단체의 요구와 대책을 전달하기 위해 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