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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발전소 문 닫고, 통학차량 교체하고, 어린이집 주변엔 '먼지 프리존'...정부 '미세먼지 로드맵'

미세먼지에 덮인 4월 20일의 서울 하늘. | 연합뉴스

미세먼지에 덮인 4월 20일의 서울 하늘. | 연합뉴스

석탄발전소는 친환경 연료 발전소로 바꾸고, 노후 발전소는 폐쇄. 전국에 대기배출총량제, 낡은 경유차는 80% 폐차. 한·중 정상들이 미세먼지 논의. 26일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관리 로드맵’의 내용이다.

정부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환경부 등 12개 관련부처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이런 로드맵을 발표했다. 중장기적으로 발전·산업·수송·생활의 4대 핵심배출원을 나눠 각각 관리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미세먼지 30% 감축

이번 종합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세먼지 감축 목표와 타임테이블을 정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7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을 30% 줄이고, 미세먼지 ‘나쁨(50㎍/㎥ 초과)’으로 기록되는 날짜 수를 연간 70%까지 줄일 계획이다. 미세먼지 총배출량 목표치는 지난해 나온 ‘14% 감축’보다 2배로 늘렸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기도 하다.

발전소 문 닫고, 통학차량 교체하고, 어린이집 주변엔 '먼지 프리존'...정부 '미세먼지 로드맵'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손댈 분야는 발전부문이다. 석탄발전소 9기 중에 공정률이 10%가 못 되는 당진과 삼척의 2기씩 총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하고, 기(신서천 1기·고성 2기·강릉 2기 등 5기는 배출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석탄발전소 7곳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모두 닫는다.

산업 분야에서는 대기배출총량제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제철이나 석유 등 미세먼지를 다량 내뿜는 사업장의 규제를 강화하고, ‘먼지 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에 대해 내년 하반기부터 배출부과금을 매겨, 질소산화물에서 2차로 생성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로 했다.

지난 7월 발표된 한국 정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동조사에서 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중 절반이 넘는 52%는 국내에서 생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 대기에서 초미세먼지 2차 생성과 고농도 오존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물질로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질소산화물이 지목됐다.

■어린이집, 요양시설엔 ‘미세먼지 프리 존’

정부는 또 노후 경유차 221만대의 77%를 현 정부 임기 내 조기 폐차하기로 했다. 운행 제한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를 포함해 친환경 자동차 200만대를 보급한다. 도로 청소차량은 현재의 2배인 2100대 수준으로 늘리고, 건설공사장이나 농촌의 불법 소각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어린이들과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요양시설들이 모여 있는 지역은 ‘미세먼지 프리존(free zone)’으로 지정해 노후 경유차의 출입을 제한한다. 올해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어린이 통학차량은 친환경 차로 교체하며, 이를 위해 지자체를 통해 대당 500만원 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체육관이 없는 979개 초·중·고교에 2019년까지 실내 체육시설을 설치한다. 심장병이나 천식을 앓은 환자들에게는 미세먼지 문자 알림서비스를 하고, 홀몸노인들에게 마스크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하기로 했다.

발전소 문 닫고, 통학차량 교체하고, 어린이집 주변엔 '먼지 프리존'...정부 '미세먼지 로드맵'

환경부에 따르면 PM2.5의 지난해 전국 평균 농도는 26㎍/㎥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10㎍/㎥보다 훨씬 높다. 일본 도쿄의 13.8㎍/㎥이나 영국 런던 11㎍/㎥보다도 2배 이상 높다. 특히 지방은 심각하다. 국회 환경노동위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기준 PM2.5 농도는 충북 30㎍/㎥, 충남 29㎍/㎥, 경북 28㎍/㎥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23㎍/㎥이었다.

■미세먼지, 한·중 ‘정상급 의제’로

앞서 발표된 한·미 공동조사 결과 지난해 5~6월에 한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의 34%는 중국 내륙에서, 9%는 북한에서 생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후보들은 “중국과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일제히 약속했다.

정부는 이 약속대로, 미세먼지를 한·중 사이의 정상급 의제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럽이나 미국·캐나다의 ‘대기 질 협약’과 비슷한 동북아 지역협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지금까지는 동북아 미세먼지 대응은 연구 협력 수준이었으나, 앞으로는 공조를 더욱 강화해 실효성 있는 저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달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행상황을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