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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밟으며 돌아온 MBC 해직자들…휠체어 출근한 이용마 기자 “꿈 같다”

2012년 파업 당시 해직됐다가 복직된 MBC 이용마 기자가 11일 오전 휠체어를 탄 채로 서울 상암동 본사에 나와 복직 뒤 첫 출근을 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 기자는 “한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본 적 없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2012년 파업 당시 해직됐다가 복직된 MBC 이용마 기자가 11일 오전 휠체어를 탄 채로 서울 상암동 본사에 나와 복직 뒤 첫 출근을 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 기자는 “한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본 적 없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에 참여했다가 MBC에서 해직당한 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씨가 다시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해직 PD였던 최승호 신임 사장도 이들의 첫 출근길에 함께했다.

강지웅 PD, 박성제·박성호·이용마 기자,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은 11일 오전 복직 후 처음으로 서울 상암동 사옥에 출근했다. 이들은 구성원들이 마련해놓은 레드카펫을 밟고 사옥 안으로 들어섰다. 사방에 걸린 노란 손수건이 이들을 반겼다. 건물 외벽 전광판에서는 구성원들이 만든 영상편지가 나왔다. 모두가 ‘다시 좋은 방송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박성제 기자가 드디어 양복을 입었습니다!” 허일후 아나운서가 재치 있게 분위기를 띄웠다. 강지웅·박성제·박성호·정영하씨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노란 현수막 앞에 나란히 섰다. 마지막으로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구성원들은 복직자들에게 직접 사원증을 걸어줬다. 

MBC 최승호 신임 사장(왼쪽 두번째)과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맨 왼쪽) 등 해직됐다 복직된 언론인들이 11일 오전 후배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 상암동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최승호 신임 사장(왼쪽 두번째)과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맨 왼쪽) 등 해직됐다 복직된 언론인들이 11일 오전 후배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 상암동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호 기자는 “나갈 땐 사실 혼자라고 생각될 때가 있었는데 돌아오고 보니까 조합원 여러분이 함께해주셨다. 우리를 많이 응원하고 지지해 주신 시민 여러분이 제 뒤에 함께 들어온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라며 “9년 동안의 MBC 탄압은 언론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한 탄압에 우리 공동체는 끝까지 저항했고 모두 힘을 합쳐 이 순간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용마 기자는 “2012년 3월 해고되던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고 정의를 대변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까 정말 꿈 같다. 다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며칠 전 병상에서 벽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12월에 빨간 날짜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성탄절이고, 하나는 원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던 날이다. 예정대로 다음주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는 아직도 멀었겠구나, 정말 몸서리를 쳤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나왔던 촛불시민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여기에 설 수 있었을까. 앞으로 우리의 뉴스와 시사교양, 드라마 모든 방송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란 손수건을 목에 두른 구성원들의 박수와 환호는 복직자들이 출입증을 찍고 회사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끊이지 않았다. 

이용마 기자가  11일 오전 새로 발급받은 신분증으로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이용마 기자가 11일 오전 새로 발급받은 신분증으로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MBC는 지난 8일 최 사장 취임과 함께 노사 공동으로 해직자 6명의 복직을 선언하며 신뢰 회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 사장 체제에서 새 출발을 하는 간판 보도프로그램 <뉴스데스크>의 앵커로는 복직한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가 내정됐다. 두 사람은 배현진 아나운서가 하차한 후 18일부터 개편되는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는다. 주말 <뉴스데스크>는 김수진 기자가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기자는 MBC 기자협회장을 지냈고, 2012년 파업 때 해직됐다가 복직됐으며 손 아나운서와 김 기자는 모두 파업 이후 오랫동안 방송 출연을 하지 못했다.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11일 라디오심의부에 ‘유배’당한 변창립 아나운서를 부사장으로, 역시 신사업개발센터에 부당전보됐던 정형일 기자를 보도본부장으로, ‘PD수첩’을 연출했던 조능희 PD를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선임하는 등 ‘최승호 체제’를 함께 할 임원진을 내정했다. 이들의 선임은 뒤이어 열린 주총에서 곧바로 확정됐다. 앞서 MBC는 최 사장이 취임한 8일 보도국 인사를 단행,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보도국 밖으로 내몰렸던 기자들을 대거 핵심 보직에 배치했다.
 

방통위, KBS 이사진 해임 논의 시작···'정상화' 초읽기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KBS새노조 조합원이 파업 100일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대영 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릴레이 발언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KBS새노조 조합원이 파업 100일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대영 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릴레이 발언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진 해임 논의에 돌입하면서 KBS도 정상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일로 100일을 맞는 KBS 총파업은 ‘고대영 사장 퇴진’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에 따르면 방통위는 11일 오전 위원장·상임위원 간담회를 열고 감사원이 발표한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감사결과에 따른 인사조치를 논의했다. 방통위는 업무추진비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난 강규형 이사에게는 해임 건의를 사전 통보키로 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 KBS 이사진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감사한 결과 이사 11명 중 9명이 총 1176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1명 모두가 7419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특히 구 여권이 추천한 강 이사는 애견동호인과의 회식비, 애견카페 이용 시 음료비 등 총 327만3000원을 사적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KBS 이사 제청권은 방통위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현재 이사회는 구 여권 6명, 구 야권(현 여권) 5명으로 구성됐다. 구 여권 추천 이사가 해임되고 현 여권에서 보궐이사를 선임하면 구도가 역전돼 고대영 사장을 해임할 수 있게 된다. 지난 7일 ‘해직 PD’ 최승호 사장을 선임한 MBC도 방송문화진흥회의 다수를 점했던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이 사퇴하면서 김장겸 전 사장을 해임하는 수순을 밟았다. 행정절차법에 사전통지와 의견진술, 최종처분 절차가 규정돼 있어 고 사장을 해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행정처분을 통지받은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청문을 거쳐야 하며 청문날짜를 확정해 열흘 전에는 통보해야 한다. 방통위가 전체회의에서 이사 해임 건의를 의결하면 대통령이 이를 결정한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구 여권 추천 인사는 김석진 위원 1명뿐이어서 해임 건의안은 곧바로 처리될 수 있다.

KBS새노조는 파업 100일째인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전국 조합원 총회를 연다. 성재호 KBS새노조 본부장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노조원들은 5일부터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무기한 릴레이 발언을 진행 중이다. 

내홍이 이어지고 있는 YTN에서도 노조가 11일 ‘YTN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최남수 사장 내정자 퇴진을 위한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