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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왜 이래

[날씨가 왜 이래]당신의 탄소발자국이 한파에 미친 영향

“또 북극 때문이라고?” 

직장인 ㄱ씨(33)는 올 겨울 맹추위의 원인에 대한 보도를 살펴보다가 중얼거렸다. 온실가스 때문에 북극 기온이 오르고, 북극해 얼음면적은 해마다 줄고 있다. 이것이 한파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추운 공기를 꽁꽁 묶어주던 ‘북극진동’이 풀리면서 중위도 지역인 한반도에까지 찬 공기가 내려온다는 뉴스는 몇 해 전부터 되풀이됐다. 올 겨울 강추위도 북극해의 일부인 카라해의 얼음면적이 줄면서 비롯됐다. ㄱ씨는 “기후변화 때문에 이상한파가 온다는 얘기를 겨울마다 듣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될까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earth.com


자연의 섭리 앞에 인간은 본래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몇년 째 한반도에 들이닥친 강추위는 인간이 부른 재난이다. 차라리 우리 모두가 추위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는 편이 낫다.

지난해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더크 노츠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북극 얼음 넓이의 관계를 밝혀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이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 북극해의 얼음면적은 3㎡씩 사라진다. 노츠 교수는 당시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지구를 덥히는 데 우리 각자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은 북극 얼음을 얼마나 녹이고 있는지 계산해 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은 1인당 11.3t의 탄소를 배출했다. 한국인 한 사람이 북극 얼음을 해마다 35㎡씩 없애고 있다는 얘기다. OECD 국가들의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 평균은 9.2톤이다. 다른 개발된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인이 기후변화를 더 많이 앞당긴다는 뜻이 된다.

2015년에는 북극의 온난화가 나머지 지역보다 두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 경향신문 자료

2015년에는 북극의 온난화가 나머지 지역보다 두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 경향신문 자료

특히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급격히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2013년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이 110.8% 증가했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느라 애쓴 시민이라면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석탄과 석유다. 한국의 1인당 석유·석탄사용량은 모두 세계 5위다. 서울환경연합이 올 6월 남산 1·3호 터널을 오가는 차량을 닷새 동안 조사했더니 55%가 ‘나홀로 차량’이었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탄소배출량을 좌우한다. 그동안 한국은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늘려 전력 공급을 늘리는 데 치중해 왔다. 특히 기업들은 공급 위주 정책 속에 전기를 마구 쓰는데 길들여졌다. 전기를 많이 쓰는 한국 10대 기업은 국내 모든 가구가 쓰는 것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쓴 것까지 모두 인구 수로 나누니,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운동가들은 발전소 건설계획을 시민들이 감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기후변화 대응에 국가 뿐 아니라 지자체, 시민, (개발지역의) 원주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파리협약의 정신”이라면서 “한국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정책에 시민들이 의견을 내고 참여해야 하며, 국가도 시민들이 참여할 통로를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지난 9월 서울광장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기업의 잘못된 친환경 홍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발전소를 짓는 기업들은 신규 석탄발전소는 환경에 덜 해롭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부조차 이 논리에 반박하고 있다. 환경부는 “어떤 청정기술을 도입하든, 연료의 속성상 석탄발전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보다 청정할 수는 없다”면서 “석탄발전은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같은 대기오염물질을 LNG발전보다 16~18배 더 배출한다”고 설명했다.<br />김기남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지난 9월 서울광장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기업의 잘못된 친환경 홍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발전소를 짓는 기업들은 신규 석탄발전소는 환경에 덜 해롭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부조차 이 논리에 반박하고 있다. 환경부는 “어떤 청정기술을 도입하든, 연료의 속성상 석탄발전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보다 청정할 수는 없다”면서 “석탄발전은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같은 대기오염물질을 LNG발전보다 16~18배 더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김기남 기자

이번 추위는 며칠 후 조금씩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카라해가 따뜻해져 얼음면적이 줄면 우랄산맥 부근에 고기압이 형성돼 북극의 찬 바람을 한반도에 불러들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랄산맥의 고기압이 조금씩 풀리고 있어, 맹추위는 곧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풍이 유입되면서 15일 기온이 잠시 오르지만 16일부터 다시 강추위가 온다. 다음주 후반부터는 평년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