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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왜 이래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추운 건 ‘북극 얼음’ 탓

ㆍ얼음 녹고 북극진동 풀리니 찬 공기가 한반도로 그대로
ㆍ7일간 찬바람 씽씽 한파…모레부터 평년 수준 전망

<b>추위도 우리를 막을 순 없다</b> 강추위가 이어진 17일 강원 춘천시 구곡폭포에서 등반가들이 얼어붙은 빙벽을 오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추위도 우리를 막을 순 없다 강추위가 이어진 17일 강원 춘천시 구곡폭포에서 등반가들이 얼어붙은 빙벽을 오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맹추위로 한반도가 연일 신음 중이다. 기상청은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추위가 일단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평년 수준의 기온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15일에는 한강이 얼었다. 71년 만에 가장 빨리 얼었다. 일요일인 17일에는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0.5도를 기록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은 낮에도 영하권이었다. 이번 혹한은 일주일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서울의 일평균 기온은 평년과 비교해 8~10도 이상 낮았다. 15일과 16일은 상대적으로 주춤했지만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다시 한파가 심해졌다. ‘삼한사온’은 이제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추운 건 ‘북극 얼음’ 탓

근본적인 원인은 ‘북극 얼음’이다. 북극해인 카라해의 얼음 면적은 해마다 줄고 있는데 올해 그 영향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첫째로 올해 ‘북극진동’이 풀렸다. 북극진동이 약해지면 북극 주변을 도는 강한 소용돌이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 등 저위도 지역까지 내려온다. 학자들은 북극진동 약화는 북극의 이상고온과 관계가 있다고 추정한다. 여기에 카라해 부근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지상으로부터 5~6㎞ 상층에 고기압이 만들어졌다. 고기압은 바람을 시계방향으로 불어나가게 만든다. 우랄산맥은 한반도의 북서쪽에 있다. 한반도로 부는 북서풍에 북극의 찬바람이 잔뜩 실려온 것이다.

반면 러시아 모스크바는 최근 ‘영상권’ 날씨를 기록했다. 한국이 혹한에 몸서리친 11~17일 모스크바의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때는 12일 단 하루뿐이었다. 이 역시 우랄산맥의 고기압과 연관이 있다.

우랄산맥에 형성된 고기압을 기준으로, 한반도는 동남쪽에 있는 반면 모스크바는 서쪽에 있다. 시계방향으로 바람을 불어나가게 만드는 고기압의 특성상 북서풍은 고위도 지역의 찬 공기를 저위도로 끌어내리고 남서풍은 저위도의 따뜻한 공기를 고위도로 올라가게 한다. 모스크바엔 우랄산맥의 고기압 덕에 따뜻한 남서풍이 주로 불었다.

그렇다면 우랄산맥엔 왜 고기압이 생겼을까. 이 현상 역시 북극의 이상고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카라해 얼음 면적이 줄면 카라해 부근의 우랄산맥에 상층 고기압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맹위를 떨친 추위는 18일 일시적으로 누그러졌다가 그날 밤부터 다시 강해질 예정이다.

20일을 기점으로 기온은 조금씩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평년 기온이 유지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북극의 찬 공기를 한반도에 내려보내는 우랄산맥의 고기압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상청 관계자는 “20일이 지나고 나면 최근의 최저기온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