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갑질열전

최저임금 올랐는데 월급 줄었네? 직장갑질119, “속지말고 꼼꼼이 따져보세요”

새해부터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는데도 월급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사업주가 인상분을 안 주려고 각종 ‘꼼수’를 써서다.

3일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익명의 직장인들에게 받아 공개한 제보 내용을 살펴 보면 그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주지 않기 위해 강제로 휴게시간을 연장하거나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밀어넣고, 식대나 교통비를 삭감하거나 기존의 유급휴가를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등 방법이 주로 쓰였다.

새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만든 최저임금 개념 셀프테스트 문제. 직장갑질119 제공 ※답안은 기사 하단에 있음


제보자 ㄱ씨가 다니는 공장엔 최근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복지 변경의 건’이라는 공고문이 붙었다. 상여금은 200%에서 100%로 깎고, 근로자의날과 추석·설날 당일을 빼고는 공휴일에도 연차휴가를 쓰고 쉬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휴일 특근수당은 인정하지 않고 일반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구두로 통보됐다.

ㄴ씨는 직원이 400명이 넘는 큰 음식점에서 일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음식값은 이미 한 달 전에 올렸는데, 정작 종업원들은 임금인상 효과를 못 누리고 있다. 이 음식점이 근무시간 중 직원 휴게시간을 한 시간씩 늘렸기 때문이다. ㄴ씨는 “문을 닫지 말고 교대로 쉬라고 하는데 두 명이 일 할 때는 (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지역의 한 아파트에도 주민을 대상으로 공고문이 붙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비가 급격히 인상됨에 따라 부득이 경비원 휴게시간을 1월1일부터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경비원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은 1시간30분으로 늘렸고, 심야 휴게시간도 오후10시부터 오전6시 사이 5시간으로 늘려잡았다.

지역의 한 아파트에 지난달 29일 붙은 공고문. 직장갑질119 제공.

지역의 한 아파트에 지난달 29일 붙은 공고문. 직장갑질119 제공.

바리스타로 일하는 ㄷ씨도 새해 월급이 오히려 줄었다. 근무일이 강제로 주5일로 조정됐고, 임금 항목에서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이 모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기본급은 올랐는데 수당이 없어지면서 ㄷ씨의 월급은 지난해 약164만원에서 올해 약157만원으로 깎였다. 카페 특성 상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고, 매장 마감 시간에는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다. ㄷ씨는 “이런 식으로 새로운 근로계약서가 메일로 날아왔는데,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이게 맞는 계산 방법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직장에서 주 40시간을 일하고 기본급 150만원을 받은 ㄹ씨는 올해 기본급이 157만원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새해 출근해 보니 회사에선 근로계약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갱신하는 분위기였다. 급여명세서를 보면 매달 16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기본급을 뺀 10만원은 ‘식대’였다. ㄹ씨는 회사가 원래 주던 식대 10만원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157만원을 넘으니, 계약서를 그대로 쓰려는 게 아닌지 의아했다.

이같은 수법은 편법을 넘어 불법 소지도 크다. 법적으로 최저임금에 들어가지 않는 항목을 슬쩍 끼워넣어 최종 지급액을 인상된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법 위반이다. 최저임금에는 상여금과 명절수당 등 ‘매달 지급하지 않는 임금’과 초과근무수당·연차수당 등 ‘변동임금’, 식대·교통비·가족수당 등 ‘복리후생 임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은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춰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강제 변경하면 무효다.

직장갑질119는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강제를 서명을 받고 있고, 약자인 노동자들은 잘리지 않으려면 개악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노동자들에게 새로 쓰는 근로계약서에 곧바로 서명하지 말고 불법 소지가 있는지 잘 따져볼 것을 당부했다. 이 단체에 익명으로 제보하거나 상담을 받기를 원하면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직장갑질119’를 검색해 오픈채팅방에 입장해 글을 쓰면 된다.

직장갑질119가 만든 셀프테스트 답안.

직장갑질119가 만든 셀프테스트 답안.

직장갑질119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는 “텔레비전 광고 등을 통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3종 수당’을 알리고,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불법이라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 갑질 신고센터’같은 기관을 만들어 최저임금을 안 주려는 편·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장갑질119’와 함께 풀어보는 슬기로운 최저임금 6 STEP

 “아래 스텝4까지 밟았을 때 산출된 나의 시급이 2018년도 최저시급인 7,530원보다 적다면 최저임금법 위반입니다.”

[STEP1] : 내 급여명세서 또는 근로계약서상 총 지급액과 임금 항목을 우선 확인하자. 

[STEP2] : STEP1의 지급받은 임금 중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시켜야 할 임금 항목들(최저임금법 시행규칙 별표2 참조)을 골라내자.  

STEP2-1 : 최저임금을 정한 이유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기본 생활 보장’이므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 항목들이 기본적으로 포함된다(예 : 기본급, 직무수당).  

[STEP3] : 최저임금 계산할 때 헷갈리는 대표적 3가지 항목을 살펴보자!

STEP3-1 : ‘정기상여금’이 매달 똑같은 금액으로 들어오더라도 ‘연간600%를 매월 50%씩 지급한다’처럼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나눠줄 경우 제외!

SETP3-2 : ‘식대’와 ‘교통비’ 등은 매달 똑같은 금액이 지급되더라도 근로자의 최저 생계 유지가 아닌 ‘복리후생적’ 성질의 금품이므로 제외! 

STEP3-3 : 소정근로 시간 외 근로에 대한 임금인 ‘연장, 야간, 휴일 가산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은 제외! 

[STEP4] : 위에서 골라낸 최저임금 산입 대상 항목들을 모두 더한 뒤 이를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주40시간 근로시 209시간)’으로 나눈다. 

[STEP5] : 위에서 계산한 내 최저시급이 7,530원보다 적다면, 가까운 노동청에 못 받은 임금 차액에 진정을 제기한다.(임금채권소멸시효 3년)

[STEP6] : 회사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임금 항목 변경 등 각종 꼼수를 부려 위 계산을 어렵게 만들어놨다면 즉시 직장갑질119 오픈채팅방에 문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