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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회식자리서 “고추원샷” 외친 대기업 사장님

최미랑 기자

블라인드 화면 캡쳐

한 대기업 사장이 사원급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서 ‘고추원샷’이라며 성희롱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는 직원들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직장인들이 많이 쓰는 스마트폰 앱 ‘블라인드’에는 지난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해당 기업 직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올해 초 취임한 ㄱ 사장은 최근 직급별·부서별로 직원들과 저녁 자리를 만들었다. ‘소통 행보’를 강조한 일이었다. 사원급 직원 60여명 앞에는 청양고추가 하나씩 놓였다. 총무팀이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회식 초반 ㄱ 사장은 “여성들은 안 해도 된다”면서 직원들에게 “다들 (고추에) 장을 찍어 주시고 제가 ‘고추’ 하면 ‘원샷’을 외치면서 먹어달라”고 했고, 고추를 먹은 뒤에는 건배사로 직원들이 함께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고 직원들은 주장했다. 

글을 쓴 사람은 “지난 1월19일 금요일에는 신임 사장님과 사원들의 퇴근 후 대면식 술자리가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19금엔 2차 가야지’라고 하셨다”며 “이게 연매출 16조 회사의 대표이사 입에서 할 소리인가요?”라고 썼다. 또 다른 글쓴이는 “회식 자리에서 고추 하나씩 잡고 구호를 외치게 하다니...심지어 여자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라며 “사장님 성희롱 교육 안받으셨세여(안 받으셨어요)?”라고 썼다. ‘고추원샷’ 상황이 벌어진 회식은 한 번만이 아니었고, 직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도 논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ㄱ 사장이 고추를 가리키며 “다들 남자들만 바지 밑에 있는 것 들어주세요”라고 했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고추가 워낙 매우니 여성 직원들은 배려해서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이라며 “회식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았다고 얘기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억지로 모든 참석자들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앞에 있는 야채를 이용해 일종의 ‘퍼포먼스’를 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불편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있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배사는 ‘우리는 하나다’였고, ㄱ 사장이 ‘고추-원샷’을 외치자고 한 일은 없다”면서 ‘19금엔 2차 가야지’라는 말을 했던 것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