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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사 교장’ 공모 늘어난다···‘전면 확대’에서는 후퇴

경력 15년 이상의 평교사를 교장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거센 반대 여론으로 비율 제한을 없애겠다던 애초 계획에서는 후퇴했다.

교육부는 13일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교장자격증 없이도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신청 학교의 15% 이내에서 50%까지로 확대했다. 혁신학교와 같은 자율학교와 자율형 공립고 등 전국 1655곳이 대상이다. 일반학교에선 교장자격증이 있어야 응모할 수 있다.

지난 1월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 소속회원들이 정부의 교장공모제 확대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 소속회원들이 정부의 교장공모제 확대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청 학교가 1곳 뿐어도 해당 학교에서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15% 규정’에 막혀 신청 학교가 적으면 공모제 학교를 지정할 수 없던 제한을 없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적어도 7곳이 공모를 신청해야 1곳에서 실시할 수 있었다. 신청 학교 수가 6곳 이하면 공모제 학교를 지정할 수 없었다.

학교 구성원 의견이 고루 반영되도록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위원 구성 비율과 방법도 정했다. 구성 비율은 학부모 40∼50%, 교원 30∼40%, 지역위원 10∼30%이다. 투명성을 높이고자 심사가 끝난 뒤 학교 및 교육청심사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한다.

각 시·도 교육청이 교장 공석의 3분의 1에서 3분의 2 범위에서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도록 한 현행 권고사항은 유지하도록 했다. 안정적으로 공모제를 운영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반쪽’ 된 내부형 교장공모제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교장공모제 확대’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웠다. 교장공모제는 승진 중심의 교직문화를 바꾸고 능력있는 교장을 뽑아 학교 자율화와 책임경영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도입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교육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공모 신청 학교의 15%만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를 교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후 교장공모제는 주로 교감이나 교육전문직의 승진 경로가 됐다. 기존 교장들이 임기를 늘리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5~2017년 초중고 교장공모 실시 결과를 보면 이 기간 동안 공모제로 임명된 교장 1388명 중 공모 당시 평교사였던 사람은 5.3%인 73명에 그쳤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교장공모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교육부는 내부형 공모제 시행학교 비율을 15%로 제한한 규정을 아예 없애겠다고 밝히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교원단체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를 비롯한 보수성향 단체들은 국민청원 운동과 1인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무자격 교원’을 양성해 교원 인사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다 도서벽지 근무 등 궂은 일을 맡아 해온 교사 대신 서류와 면접을 통과한 이들이 교장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공모제 지지 단체들은 일반학교로 공모제를 전면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양쪽 입장을 절충하는 것에 그쳤다. 교육부는 통합입법예고시스템과 공문, 팩스 등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공모제 확대 찬성은 931건, 반대 929건, 기타 55건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교사가 교장이 될 기회를 확대한다는 국정과제 취지를 살리면서 급격한 변화에 따른 교육현장의 혼란 및 갈등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임용령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양대 교원단체 모두 “유감”

교장·교감 회원이 많은 교총의 반대가 워낙 거세 자칫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교장공모제 확대를 반대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교육현장 여론을 수렴한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무자격 교장공모제도 자체의 전문성 무시와 운영상의 불공정성, 정책 효과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없이 비율을 15%에서 50%이내로 확대한 데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교총은 내부형 교장공모제 실시학교 비율을 상위법인 교육공무원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오는 지방선거 교육감 출마자들에게 내부형 교장공모 축소를 공약으로 제안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장공모제 운영상 문제점도 지속해서 감시할 계획이다.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요구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입법예고안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어서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현장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기득권 세력에게 휘둘린 결과”라면서 “내부형 교장공모 유익성과 이에 대한 지지여론이 여러 번 확인됐는데도 교육부가 뒷걸음친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전교조는 “현행 교장자격증 중심 승진제도는 교육적폐”라면서 “승진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대중 운동을 올 상반기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교장자격증제 폐지 10만 교사 서명운동’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