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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대화서 소외되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20일 한국지엠 노사가 2018년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5차 본교섭을 연다. 노사가 각자 ‘패’를 공개한 뒤 처음 시작되는 본격적인 힘겨루기다. 노조는 “임금은 양보할테니 발전 전망을 약속하라”라 하고, 사측은 “사원복지 등에서 추가 비용절감이 필요하다”라고 맞선다. 하지만 정작 해고 위협이 눈앞에 닥친 비정규직들에겐 고용안정을 요구할 통로조차 없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입장차만 확인한 4차 교섭 이후 2주만인 20일 5차 본교섭을 한다. 한국지엠 임단협은 예년보다 석달 일찍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외국인임직원(ISP) 비용과 노조의 경영실사 참여 등을 놓고 소모전을 해왔다. 그러다가 노조가 지난 15일 대의원대회에서 임금교섭 요구안을 확정지으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노조는 임금을 양보하라는 회사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였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기본급 5.3% 인상’ 방침을 따르지 않고, 기본급을 동결하고 1인당 10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 앞에서 12일(현지시각) 박재만 전북도의회 의원(왼쪽)과 장현철 한국지엠 군산공장 비정규직해고비상대책위원장이 군산공장 폐쇄 반대와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박재만 의원 페이스북


그 대신 노조는 전제조건을 걸었다. 요구안 21개 중 절반 이상이 신차투입계획 로드맵 제시, 미래형자동차 국내개발 요구, 지적소유권 확약 등으로 채워졌다. 반면 회사는 “추가 절감이 필요하다”며 식대와 자녀 학자금 같은 복리후생비도 줄이자고 한다. 5차 교섭에선 회사를 살릴 사측 계획과 복지비용을 놓고 노사가 맞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비정규직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군산공장에 남아있던 사내하청 노동자 200명이 마지막으로 해고예고통보를 받았다. 군산공장의 잔류 정규직들이 다른 공장으로 옮기거나 회사가 추가 감원에 나서면 비정규직 해고 위기가 부평·창원공장 등으로도 번질 수 있다. 한국지엠 전체 공장의 비정규직은 2500여명에 이른다. 

공장이 돌아가게 하는 한 축임에도 이들에겐 고용보장 요구를 전달할 통로가 없어 대화 국면에서는 소외되고 있다. 부평·창원·군산공장에는 금속노조 산하 비정규직노조가 있으나 조합원 수는 200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원청이 임금과 작업배치 등 실질적인 권한을 틀어쥔 상태에서 하청업체 사업주는 실권이 없지만, 한국지엠은 “하청업체 직원들과 직접 교섭할 의무가 없다”며 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해왔다. 군산공장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본사 앞에서 1인시위까지 했으나 ‘대답 없는 외침’에 그쳤다.

정규직 노조의 요구안에도 ‘모든 비정규직 및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내용은 들어있다. 하지만 회사가 비용을 더 줄이자고 압박하는 판에 비정규직 일자리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창원공장 비정규직노조의 김희근 지회장은 “그동안에도 정규직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에 비정규직 요구안이 들어있다가 협상 막바지에 가면 빠지곤 했다”라며 “교섭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가 개입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20일 오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한국지엠은 이미 두 차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받았고 지난달에도 “부평·군산공장 사내하청은 한국지엠의 정규직”이라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창원공장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했으나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김 지회장은 “정부가 ‘있는 법’이라도 잘 지키도록 하면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지키는 데 책임있게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