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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백두대간 뚫는 철도, 적자운행 뻔한데 5조원...녹색연합 '2017 철도난개발 보고서'

녹색연합은 ‘지속가능 철도정책보고서-철도 과투자 및 환경파괴 실태’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녹색연합은 춘천-속도 철도와 충주-문경 철도를 적자가 볼보듯 뻔하면서도,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어 환경파괴 가능성이 높은 철도공사로 지목했다. _ 자료사진, 녹색연합



정부가 약 5조원을 투입할 춘천·속초 철도와 여주·문경철도가 적자운행이 불보듯 뻔하며,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기 때문에 환경파괴 가능성 또한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녹색연합은 철도분야의 과잉투자 문제를 지적한 ‘지속가능 철도정책 보고서-철도 과투자 및 환경파괴 실태’라는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과 강원·동해권을 잇겠다며 정부가 2조63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4년까지 건설되는 춘천·속초 철도는 사업목적 면에서 원주·강릉 철도와 중복된다. 올 11월 완공되는 원주·강릉 철도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1시간 30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애초 춘천·속초 철도 사업은 애초 경제성을 따지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투자에 비해 교통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연합에 따르면 이 사업은 지난해 ‘지역균형발전’ 가산점을 많이 받으면서 결국 통과됐다. 이 과정에선 강원도와 강원권 정치인들이 총력전을 펼쳤다.

원주-강릉선 제10공구 대관령터널 공사현장 |녹색연합

원주-강릉선 제10공구 대관령터널 공사현장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이 보고서를 통해 춘천·속초 철도노선의 지역 인구가 44만4154명 정도라고 밝혔다. 춘천 인구를 빼면 16만4261명이다. 이미 적자운행을 하고 있는 기존 철도노선보다도 인구규모가 작다.

현재 적자 운행 중인 경춘선의 경우 서울·구리·남양주·가평·춘천의 인구는 1086만8103명이다. 또 다른 적자운행 노선인 경전선 서부구간의 경우 광주광역시·화순군·보성군·순천시 인구가 185만6247명이다. 태백선 역시 적자 운행 중인데, 제천·영월·정선·태백의 인구는 26만1398명이다.

춘천-속초 철도의 노선 | 녹색연합

춘천-속초 철도의 노선 | 녹색연합

게다가 춘천·속초 철도는 심지어 백두대간을 터널로 통과하기 때문에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조차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환경파괴를 우려할 정도였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기재부는 “(춘천·속초 철도는) 백두대간을 장대터널로 통과하는 사업으로 사업의 주무부처는 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춘천·속초 철도는 대부분 산악지를 통과하며 소양강, 소양호, 설악산 국립공원 주변을 지나간다.

녹색연합은 ‘지속가능 철도정책보고서-철도 과투자 및 환경파괴 실태’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녹색연합은 춘천-속도 철도와 충주-문경 철도를 적자가 볼보듯 뻔하면서도,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어 환경파괴 가능성이 높은 철도공사로 지목했다. | 자료사진,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지속가능 철도정책보고서-철도 과투자 및 환경파괴 실태’ 보고서를 10일 공개했다. 녹색연합은 춘천-속도 철도와 충주-문경 철도를 적자가 볼보듯 뻔하면서도,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어 환경파괴 가능성이 높은 철도공사로 지목했다. | 자료사진,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또 춘천·속초 철도와 마찬가지로 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충주·문경 철도 역시 철도 난개발의 대표적 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경기도와 충청북도를 잇는 이천·충주 철도(이천·여주·음성·충주)와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잇는 충주·문경 철도(충주·괴산·문경)를 각각 진행하고 있으며 두 철도노선을 짓는 데 예산 예산 2조1745원을 들일 예정이다. 완공 목표연도는 2021년이다.

녹색연합은 두 철도노선 가운데 특히 충정북도와 경상북도를 잇는 충주·문경노선의 경우 교통량 면에서 필요성은 크지 않은데, 환경은 파괴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주·문경 노선을 지나는 지역의 인구는 32만598명으로 적자를 보는 경전선 서부구간 인구규모의 6분의 1수준이다. 게다가 이 지역엔 기존의 교통체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녹색연합은 “충주·문경 철도 지역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등 도로망이 3개소나 있고 특히 3번 국도 이화령 구간은 4차선 도로”라면서 “이 구간은 평소에도 차량통행량이 적어 국도 중 대표적인 적자노선으로 유명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벽지노선인 경전선의 내부|녹색연합

벽지노선인 경전선의 내부|녹색연합

충주·문경 철도 역시 백두대간을 통과하기 때문에 치러야할 환경파괴 대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주·문경 노선을 내기 위해선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의 경계인 백두대간 지하로 터널을 뚫어야 한다. 녹색연합은 “이 지역은 문경새재국립공원이 연결되는 생태계의 보고”라면서 “담비, 수달,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지자 솔나리를 비롯한 희귀 자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백두대간의 주요 지점에 터널을 뚫는 대규모 철도공사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은 “환경부가 충주·문경노선의 환경영향평가를 의견수렴 절차 없이 간단하게 진행해 협의해 줬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08년 이전까지 정부는 백두대간을 통과하는 철도·도로사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환경·생태 영향을 검토했다. 지역주민은 물론 생태환경전문가, 시민환경단체와의 토론을 진행하며 사업의 ‘불가피성’을 검증했다. 하지만 “충주·문경 철도에 대해서는 이런 흔적과 활동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녹색연합의 평가다.

특히 녹색연합은 “충주·문경 철도의 백두대간 통과구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이화령 터널 공사에서 터널 진·출입부의 훼손지 사면에 외래 식물을 심는 것으로 나와 있다”면서 “백두대간 훼손도 모자라 공사과정에 필요한 복원지역에 외래식물을 심겠다는 것은 생태계를 교란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적자가 뻔한 철도공사는 다른 노선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7개 벽지노선 감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녹색연합은 “신설노선들의 운영관리는 전적으로 코레일 몫인데, 이로 인해 기존 노선 감축운행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선 용궁역(무인역) 역사 안내표| 녹색연합

경북선 용궁역(무인역) 역사 안내표| 녹색연합

즉 적자가 예상되는 철도노선 운행으로 생겨나는 문제를 기존의 노선을 옥죄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결국 공사비용만 축낼 가능성이 높다. 녹색연합이 이날 대표적으로 지적한 춘천·속초 철도, 충주·문경 철도공사의 예산만 5조원이 넘는다.

녹색연합은 보고서를 통해 “국토부와 기재부는 대책 없는 철도건설에 매몰돼 있고 이로 인해 국가 철도 전반에 토건 거품이 일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건설 중심의 철도정책은 중단돼야 하며, 지속가능한 운영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에 설치될 디젤열차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는 동해선을 전철화하려 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전철 운행으로는 충분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디젤열차다. 그러나 지자체는 디젤열차 운행이 가져올 환경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영덕군은 “디젤열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심각하고 매연, 비산먼지와 함께 소음이 크다”면서 “탈화석연료가 핵심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저탄소를 지향하는 국제사회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