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하고 돈 벌기

“정규직의 반도 못받아요” 초등학교 조리사가 말하는 학교 비정규직의 현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 제로화’ 한다고,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이겠다고 해서 겁나게 설레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피부로 와닿는 것이 없어서 실망이 크죠.”

전남 영암의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 김신자씨(58)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김씨는 경력 23년의 베테랑이지만 경력에 따른 호봉은 꿈도 못꾸는 비정규직이다. 15년차 때까지 매달 85만원을 받았다. 1년차 조리사나 10년차 조리사나 모두 김씨와 같은 돈을 받았다. 김씨는 “공무원(정규직) 조리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봉이 인상되니까 계속 봉급이 올라가는데 우리는 그대로였다”고 했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삭감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및 6·30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동 적폐 청산, 노동기본권 확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근속수당을 받게됐다. 현재 경력 20년까지는 똑같이 한달에 2만원을 받고, 이후 1년당 2만원씩을 더 받는다. 기본급 168만원에 근속수당 5만원, 급식비 13만원, 교통보조금 6만원…. 김씨가 주5일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저와 경력이 같은 정규직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될 겁니다. 평균적으로 정규직의 55% 정도 된다고 해요. 그만큼 상여금, 퇴직금, 휴가 등 많은 부분들이 정규직보다 열악합니다.”

정규직 조리사들은 방학 중에도 매일 근무를 하고 직무연수를 받는다. 하지만 비정규직 조리사들은 방학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3일동안 급식실을 청소하러 나가면 3일치 급여만 받는다. 김씨는 “똑같이 아이들을 위해서 일하는데 직무연수 같은 교육기회마저도 차별이 있다”고 했다. “따로 받던 식비와 교통비가 날아갈 판”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된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근무환경도 옛날에 비하면 그래도 낫긴 한데, 지금도 눈이나 근골격계가 성한 사람이 없어요. 대체인력이 없으니 연차를 쓰기도 쉽지 않죠.” 고된 노동의 연속이지만 온몸의 피로가 싹 녹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때다. 이날 점심메뉴였던 블루베리 피자와 카레도 인기가 좋았다고 했다.

퇴직을 2년 앞두고 있는 김씨는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실 조리사 뿐만 아니라 학교 안의 다양한 일들을 누구나 해보고 싶도록 처우를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삭감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및 6·30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동 적폐 청산, 노동기본권 확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삭감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및 6·30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동 적폐 청산, 노동기본권 확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다음날 아침 일찍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민주노총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는 전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규모의 집회였다. 광장을 가득 메운 8만명의 참가자들(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4만명)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투쟁으로 쟁취하자’ ‘최저임금삭감법을 즉각 폐기하라’ 등 다양한 구호를 외쳤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쳤다. 공공기관 중 정규직 전환이 가장 더딘 곳이 ‘학교’다. 지난 3월까지 학교 기간제 비정규직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11.3% 뿐이다. 중앙부처 49.1%, 공공기관 33.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날 오후 1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궐기대회’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교육공무직 노동자 대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