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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망 자사고, 2지망 일반고’ 올 중3들 ‘이중지원’ 방안 확정

교육부가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입 기본계획 수정방향을 4일 확정했다. 1지망에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2지망부터 일반고를 선택하게 하는 방안이다. 헌법재판소가 평준화 지역의 자사고 지망자들이 일반고에도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사고 등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데 따라 기본계획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수정방안을 확정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입시는 예정대로 일반고와 함께 후기에 진행된다. 하지만 자사고 등의 지원자가 일반고를 선택해 지원할 수 없도록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헌재가 정지시켰기 때문에 ‘이중지원’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서울의 일반고 지원자는 4개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데, 자사고 등을 희망하는 중3 학생은 이때 1지망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쓰고 2지망부터 일반고 2곳을 지원하면 된다.

다만 자사고는 지원자가 정원의 1.5배 이상일 때 보통 서류 외에 면접 등의 자체 전형을 실시하는데 그럴 경우 자사고 탈락자가 확정될 때까지 일반고의 전형이 늦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사고 합격자 발표일을 내년 1월11일에서 1월4일로 일주일 앞당기도록 했다. 시·도별 세부 방안은 이달 중에 확정된다.

김 부총리는 “우수학생 선점과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한 고입 동시 실시 등 고교체제 개편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사고 등의 우선선발권을 없애는 정책은 당분간 ‘스톱’ 상태에 놓이게 됐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자사고가 먼저 쓸어가는 ‘일반고 역차별’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일반고 이중지원을 허용하되 자사고 등의 우선선발권은 없앤 것”이라고 했지만 교육단체들은 “우선선발권은 여전한 데다 이전보다 고교서열화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1지망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먼저 써낼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사실상 그 학교들에 우선선발 권한을 되살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기에 뽑는 과학고는 8월에 입시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학생들은 과학고와 자사고, 일반고 모두에 지원할 수도 있다. 안 부소장은 “성적이 좋은 아이들의 선택지를 넓혀준 것이며 불공정한 고입전형 구조가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의 혼란이 커진 것은 헌재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교육부의 안일한 태도 탓이 크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가처분이 인용될 것이라고는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안 부소장은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을 다시 추진하려면 헌재가 본안(헌법소원심판)결정을 빨리 내려주는 길밖에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