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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려금이 최저임금 해법? 노동계 "저임금 근본문제와 기업 책임 못 건드린 한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개악 폐기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개악 폐기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최저임금 인상 후 정부가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을 올려줄 보완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계는 보완책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18일 “근로장려금(EITC)이나 일자리안정자금 모두 저임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문제는 최저임금에 집중해 풀어나가야 한다”며 “최저임금은 기업을 비롯한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인데 일자리안정자금이나 근로장려금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어서 고용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건드리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저임금 노동자들도 살만하게 만들자는 것이 최저임금의 기본 취지인데, 사용자측이 내야 할 최저임금 인상폭은 낮추면서 국민세금을 동원해 저소득층을 돕는 것은 당초 취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1년에 한번 주는 근로장려금이 실질적인 저소득층 생활보장 수단이 되게 하려면 지급 간격을 줄이는 등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제는 노동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지금 정부 정책의 목적은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소득이 적은 가구, 빈곤한 가정을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근로장려금이 더 유용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근로장려금의 경우 정부 재정으로 지원되는 것이라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덜하지만, 지급대상이 여전히 적은데다 부정수급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제와 근로장려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제도마다 취지와 장단점이 다르다”면서 “어느 한 제도가 문제 해결책인 것처럼 추진돼서는 안되며 제도의 고유한 목적에 충실하게 보완적으로 작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보완하고 당장 내년부터 인건비가 올라갈 영세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장려금 확대 등을 추진할 수는 있다”면서도 “정부가 임대료를 비롯해 근본적인 불공정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중장기 대책으로라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 로드맵 없이 대증요법만 해서는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뒤틀린 경제구조를 실제로 개선할 방법을 내놓고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