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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왜 이래

[날씨가 왜 이래]“열흘 이상 더 무더위” 태풍도 밀어내는 무시무시한 고기압

한반도 상공 구름지도. _ 기상청

18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치솟고, 주말에는 기온이 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든 ‘열돔(heat dome)’에 갇히면서 ‘역대급 더위’였던 1994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찜통을 깨뜨리려면 여름의 ‘불청객’ 태풍이라도 와야 할 판인데, 고기압의 기세가 너무나 강해 태풍조차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태풍은 보통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거대한 공기덩어리가 돔을 엎어 놓은 것처럼 막고 있어서 태풍이 뚫지를 못하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 전역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있다. 태풍이 올라온들 한반도로 북상하지는 못하고, 중국 쪽에 비를 뿌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17일 필리핀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9호 태풍 손띤은 현재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날씨가 왜 이래]“열흘 이상 더 무더위” 태풍도 밀어내는 무시무시한 고기압

올 폭염을 견뎌내며 1994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장 더운 해로 남아있는 1994년은 실제 관측 데이터로도 사상 최고였다. 연간 폭염일수 31.1일, 열대야 일수 17.7을 기록한 그 해를 뛰어넘은 적은 아직 없다. ‘넘버 투’라고 할 만한 2016년 여름도 폭염일수 22.4일, 열대야 일수 10.4일로 1994년에는 못 미친다.

1994년에는 7월20일을 전후해 전국 대부분 지역이 37~39도를 오르내렸다. 올해 낮 최고기온 기록을 세운 경북 영천(38.3도)은 1994년 7월20일 39.4도까지 치솟았다. 강릉과 합천, 밀양, 창원, 산청 등도 39도를 웃돌았고 서울은 7월24일 38.4도를 기록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만 3384명에 이르렀다.

올해 폭염의 강도는 1994년에 아직 미치진 못하지만, 폭염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1994년과 ‘닮은 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폭염을 일으킨 고기압의 견고한 구조가 닮았다. 현재 대기 중하층에는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해있고, 대기 상층에는 티베트고기압에서 온 열풍이 지속적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1994년과 2016년에도 비슷했다.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확장한 상태에서 대륙에서 발달한 뜨거운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건조한 공기가 한반도에 유입되는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상층에선 고온 건조한 공기가, 중하층에선 수증기가 충분히 유입되는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대개 폭염으로 이어진다”면서 “상층의 건조한 공기는 습윤 공기보다 밀도가 높아서 하강하게 되는데, 이때 건조한 공기가 지상까지 내려오면서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1994년 7월28일 경향신문 사회면 <이상 기상 일단 마감> 기사. 하지만 태풍이 지난 후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세가 강해 불볕 더위는 이어졌다.

1994년 7월28일 경향신문 사회면 <이상 기상 일단 마감> 기사. 하지만 태풍이 지난 후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기세가 강해 불볕 더위는 이어졌다.

1994년의 폭염을 잠시나마 식힌 것은 ‘태풍’이었다. 7~8월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잠시 더위의 기세를 늦췄다. 특히 1994년 7월17일쯤 필리핀 동쪽에서 발달한 태풍 월트는 일본 규슈 지방에 상륙해 25~26일 남부지방에 단비를 뿌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초부터는 다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져 평년보다 1~7도 가량 높은 무더위가 계속됐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사상 최고의 혹서’는 8월17일쯤에야 수그러들었다.

올해도 더위가 식을만한 요소가 딱히 없어 폭염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해지려면 찬 공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지구촌 북반구 전역이 찜통 더위로 펄펄 끓고 있고 찬공기는 북극에만 갇혀 있다.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이번 주말부터는 기온이 1~2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28일까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