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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왜 이래

[날씨가 왜 이래]폭염에 오존 치솟는데···관리는 뒷걸음질

서울에  올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 16일 정오 무렵 광화문 주변도로에서 주변 직장인들이 지열이 올라와 이글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서울에 올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 16일 정오 무렵 광화문 주변도로에서 주변 직장인들이 지열이 올라와 이글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떠나니 ‘여름 불청객’ 오존이 기승을 부린다. 영남지방은 폭염에 미세먼지·오존까지 더해져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낮 최고기온이 37도에 달하는 무더위로 전국에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기온이 오르는 오후에는 오존 농도도 전국이 ‘나쁨’ 수준을 보였다. 20일에는 대구 기온이 38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수은주가 35도를 넘나든다. 폭염이 꺾일 기미도, 비 소식도 이달 말까지 없으니 더위와 오존 양대 비상이 걸렸다.

불볕 더위는 전국이 비슷하지만 유독 울산과 부산, 경남 등 영남지방에서는 때아닌 미세먼지가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17일부터 ‘나쁨’을 보이고 있는데 주말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달 들어 19일 낮 12시까지 전국에 오존주의보가 47회 발령됐는데 그 중 43회가 영남권에 몰렸다. 19일 최고값을 기록한 울산 전하동에선 0.159ppm으로 ‘매우 나쁨(0.151ppm 이상)’을 훌쩍 넘겼다. 한반도에 세력을 떨치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중심이 영남권에 위치하면서 대기가 안정됐고, 산업단지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바다쪽으로 나갔다가도 멀리 이동해가지 못한 채 맴돌면서 대기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오존은 자동차 배출가스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강한 햇빛에 반응하면서 만들어진다. 짙은 오존은 호흡기질환을 부르며, 노약자와 어린이는 위험성이 더 크다.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날씨가 왜 이래]폭염에 오존 치솟는데···관리는 뒷걸음질

더위는 갈수록 더해지고, 여름철 오존 걱정도 해마다 커지는데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집중하는 사이 VOCs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이 19일 수도권 대기환경청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시행계획 추진실적보고서’를 보면, 2016년 수도권에서 VOCs 저감 실적은 계획 대비 10%에 불과했다. 실적 달성률이 미세먼지는 40%대, 질소산화물 75%, 황산화물 61%인 것과 비교하면 유독 낮다.

VOCs 저감 실적률은 2013년 47%에서 해마다 급락했다. 삭감 목표량을 2012년 16만4667t에서 2016년 9만4970t으로 대폭 낮췄는데도 목표를 거의 채우지 못했다. ‘유해대기오염물질 비산배출 시설관리기준 강화 사업’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서울과 경기의 목표대비 달성률은 모두 0%였다.

VOCs는 페인트같은 도료나 접착제, 아스콘처럼 악취가 나는 휘발성 화학물질에 많이 들어있는데 영세사업장에서 많이 배출돼 관리가 부실하다. 환경부는 최근에야 드론과 감시차량을 동원한 이동형 감시체계를 만들었다. 환경부 대기관리과 김유리 사무관은 “국민적 관심과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보완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별법으로 대기환경을 관리하는 수도권은 지방 산업단지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1년 여수산업단지에서 나오는 VOCs 물질이 광양만권 오존 농도에 영향을 준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대구권역과 부산권역 오존 농도가 높은 것도 주변 사업장들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 배보람 활동가는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쏟아내는 동안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물질별 통합 관리정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권역별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등 전면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