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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중랑구에 사는 산양, 이사가지 않고 정착할 수 있을까

서울 중랑구의 용마폭포공원에서 축구장 관리 일을 하는 김모씨는 지난달 14일에 산기슭에서 산양을 목격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동물을 본 김씨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이 사실을 제보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강유역환경천, 국립생물자원관이 합동 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단은 지난 13일 용마폭포공원 부근 산에서 산양의 배설물을 확인하고, 그곳에 무인카메라 2대를 설치했다. 사흘 뒤인 지난 16일, 현장을 살피던 조사단이 산양과 마주쳤다. 산양은 조사단을 쳐다보다가 달아났다.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 사진_환경부 제공


서울에서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내에 800~900마리밖에 살지 않는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이다. 산양은 주로 설악산과 비무장지대(DMZ), 경상북도 울진, 강원도 삼척·양구·화천 등에 산다. 높이 600∼700m의 바위가 많은 산악지대에 서식하는데, 이동을 거의 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무르며 2~5마리씩 무리를 지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 자라면 몸 길이가 115~130㎝, 어깨높이는 65㎝ 정도에 이른다. 등 가운데에 짙은 색 털이 나 줄이 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귀한 산양이 서울에서 나타나자, 당국은 이동경로와 서식환경을 알아내기 위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산양은 보통 많이 이동하지 않고 일정한 지역에서만 활동하는데 용마산에 나타난 것은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다 자란 수컷은 4~9월에 왕성한 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용마산 일대는 예전에 채석장이 있던 곳이어서 바위절벽이 형성돼, 산양이 서식환경으로 삼을만한 곳이다. ‘용마산 산양’이 한 마리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이 과장은 “산양 두 마리를 목격했다는 또 다른 제보도 있었다”고 했다. 조사단이 수거한 산양 배설물은 두 종류인데 각기 다른 산양들의 것일 가능성도 있다.

2013년 10월 용마폭포공원과 30km 거리에 있는 경기도 포천에서 산양이 올무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된 적 있다. 환경부는 포천에서 죽은 산양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견된 산양의 배설물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가 나오면 ‘포천 산양’과 ‘서울 산양’ 사이의 상관성, ‘서울 산양’의 개체수, 암수 구별 등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서울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사진·환경부 제공

서울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된 산양.사진·환경부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3∼24일 용마폭포공원 일대에 드론을 띄워서 산양이 몇 마리나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용마산의 서식환경과 생태계 단절 여부를 조사해, 산양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조건인지 맨 먼저 검토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좋은 서식환경을 찾아서 정착한 산양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지리산을 벗어난 반달가슴곰처럼 강제로 ‘서식지’로 이동시키느니, 이사해온 곳에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용마산 일대가 산양이 살기에 적합지 않은 환경이라면 이주를 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어서 문화재청 허가 없이 서식지를 변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