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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기타뉴스]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여름은 19일 늘고 겨울은 18일 줄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수정2018-08-16 16:13:26
 

지난 14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강원 태백 매봉산 고랭지 배추가 폭염으로 메말라가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는 더 뜨거워졌고,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기상과학원 변영화 기후연구과장은 16일 기상청에서 발표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자료를 통해 지난 106년 동안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이 12.6도에서 14.0도로 1.4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최고기온은 17.1도에서 18.2도로 1.1도 높아졌고, 최저기온은 8.0도에서 9.9도로 1.9도 높아졌다.

분석은 과거 30년(1912~1941년)과 최근 30년(1988~2017년)을 비교했다. 계절별로는 겨울철 최저기온 상승폭이 10년 마다 0.25도로 가장 컸다. 봄(0.24도)과 가을(0.16도)도 상승폭이 컸지만, 여름철은 0.08도로 최고기온 변화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늦겨울에서 초봄인 2~3월에 서리일수는 10년당 3.4일씩 크게 줄었고, 1월의 결빙일수도 10년당 0.9일 감소했다.

눈에 띄는 건 열대야일수다. 과거 30년에는 7~8월 열대야일수가 각각 이틀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30년에는 7월은 4일, 8월은 6일을 넘겼다. 10년당 0.9일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등 혹서가 찾아오는 지역에서 열대야가 잦아진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폭염일수의 장기 변화는 뚜렷하지는 않았다.

지난 106년 동안 강수는 ‘극단화’되고 있었다. 연강수량은 과거 30년 평균이 1181.4㎜였는데, 최근 30년 동안 1305.5㎜로 무려 124.1㎜ 늘었다. 반면 강수일수는 76.5일에서 78.1일로 1.6일 늘어나는데 그쳤다. 비가 한 번 내릴 때 강하게 내리게 됐다는 의미다. 강수량을 1㎜부터 150㎜ 이상까지 5단계로 나눴을 때, 30㎜~79.9㎜ 구간의 비는 최근 30년 간 54.1㎜나 늘었고, 80㎜~149.9㎜ 구간의 비는 63.9㎜나 늘었다. 약하게 내리는 비는 더 약해지고, 강하게 내리는 비는 더 강해졌다.


연일 폭염경보가 발효되고 있는 13일 오후 충남 부여군 백제보 모습. 녹조가 금강 백제보 하구까지 계속 번져 관계자들이 선박을 이용해 확산 방지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여름철 강수의 변화가 뚜렷했다. 한반도 여름철에는 비가 6~8월에 집중된다. 장마의 영향으로 과거에는 6월 말부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해 7월 초에 1차 정점을 찍고,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해지면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가, 8월말 쯤 태풍의 영향으로 2차 정점을 찍었다. 최근 30년 동안은 기간이 뒤로 밀렸다. 장마가 오는 시기가 늦어져 1차 정점의 시기가 조금 지연되고, 강수량은 늘었다. 2차 정점 시기는 약간 빨라졌는데 휴지기가 뚜렷하지 않아 장마가 끝난 뒤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의 변화는 계절 길이의 변화로도 확인된다. 겨울은 109일에서 91일로 크게 줄었고, 반대로 여름은 98일에서 117일로 크게 늘었다. 봄은 85일에서 88일로 늘어나고, 가을은 73일에서 69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봄과 여름의 시작 시점도 각각 13일, 10일 당겨졌고, 가을과 겨울은 각각 9일과 5일 늦어졌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상승하는 것만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고 극단적인 날씨로 나타난다. 한반도에서도 최근 10년 간의 변화는 종잡을 수 없었다. 마른 장마가 찾아오기도 하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몇년 째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도 끊겼다. 여름철 기온은 상승하고, 겨울철 기온은 오히려 더 내려가기도 했다. 온난화로 북극이 더워지면서 찬공기가 풀려나와 한파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있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1도 정도의 변화가 올해 한반도에선 4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더위로 나타났다. 전 세계를 덮친 기록적 폭염의 원인은 나라별로 찾을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선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변영화 과장은 “일시적인 변동은 있지만, 장기적인 추세에서 우리나라가 온난화를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미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에는 적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변에 물고기 수천마리가 죽어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한 상태에서 전날에 내린 비로 주변의 비점오염원들이 삼천에 대거 유입돼 물고기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