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살도록 방사를 했는데 계속 수도산으로 옮겨가다 붙잡혀온 반달가슴곰 KM-53(사진)이 드디어 소원을 풀게 됐다. 환경부는 24일 지리산에서 세 번이나 경북 김천의 수도산으로 이동해갔던 이 반달가슴곰을 수도산에 27일 방사한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 주민들과 반달가슴곰의 안전을 위해 보호체계가 이미 마련돼 있는 지리산에 머물게 하려고 애를 썼음에도 계속 곰이 ‘이주’를 감행하자, 곰의 생태적 선호를 존중해 원하는 거주지에 옮겨주기로 한 것이다.
2015년 1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난 KM-53은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하지만 3년 넘게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난해 6월 90㎞나 떨어진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환경부는 곰을 포획해 다시 지리산에 방사했다. 그러나 한 달 뒤 KM-53은 또 수도산에서 포착됐다.
환경부와 공단 측은 곰이 마음대로 이주하게 놔두는 것이 주민들과 곰 자신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붙잡아왔으나, 환경단체들과 연구자들은 “자꾸 옮겨가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지리산의 서식환경이 여의치 않아 더 나은 곳을 찾아갔을 가능성이 높으며, 야생에서 적응해 살고 있는 만큼 억지로 서식지를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다시 지리산에 풀려난 KM-53은 세 번째 이동을 감행했고, 지난 5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에서 버스에 부딪쳐 복합골절상을 당했다. 이번에도 목적지는 수도산으로 추정됐다. 곰은 종복원기술원에서 12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고, 현재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KM-53이 건강을 회복하면서 방사 문제를 다시 논의했다. 그 결과 반달가슴곰이 야생성을 잃기 전에 가급적 빨리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수도산에 다시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KM-53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수도산으로 이동한데다, 참나무 등 반달가슴곰이 살기에 적합한 서식 여건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환경부는 이미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50마리가 넘어 서식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판단하에 종복원사업 방향을 ‘번식’에서 ‘서식지 관리’로 전환했다. 고심 끝에 결국 환경부는 다음달 KM-53을 수도산에 풀어주기로 결정했고, 최근 경남 거창군과 경북 김천시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모니터링 등을 맡을 전담관리팀도 운영하기로 했다. 반달가슴곰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음달 열기로 한 ‘김천공존숲 다양성 탐사 프로그램’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KM-53의 재방사를 계기로 ‘반달가슴곰 권역별 공존협의체’를 적극 운영하기로 했다. 정종선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KM-53의 수도산 이동은 반달가슴곰 서식지의 자연스러운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앞으로 KM-53이 수도산에 머물든 다른 곳으로 이동하든 서식지 확산 측면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한 적응을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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