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올 여름에 숲을 제외하곤 더위를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8월 폭염이 절정일 때 산림을 제외한 도시의 모든 인프라에서 ‘열스트레스’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과학원은 제주대와 공동으로 경기 수원시 호매실 택지개발지구 9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발생했던 지난 7월19~20일과 폭염경보가 발생했던 8월2~3일의 낮(12시~16시)과 밤(21시~다음날 1시)의 기상 현상을 측정해 열스트레스 지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지상 1.2m 높이에 이동식 복합기상측정기구를 설치하여 기구에 부착된 순복사센서(태양복사 및 지구복사의 장파, 단파 측정), 기온센서, 습도센서, 풍향센서, 풍속센서에서 측정된 자료를 활용해 열스트레스를 계산했다. _ 환경부 제공
독일에서 1999년 개발된 열스트레스 지표(PET)는 햇빛의 영향을 받는 야외 공간에서 인체에 흡수되는 에너지양과 주변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양을 계산해서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단계별로 나타낸 것이다. 기온만이 아니라 습도, 풍속, 복사에너지를 모두 적용해 측정한다. 단위는 기온처럼 도(℃)를 사용하며, 23~29도는 ‘약’, 29~35도는 ‘중간’, 35~41도는 ‘강’, 41도 이상은 ‘극한’ 열스트레스로 구분한다. 2010년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강한 열스트레스에서 온열질환 사망율이 6.7% 증가하고, 극한 열스트레스에서는 온열질환 사망율이 15.7%나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산림, 논, 수변, 야외주차장, 공원잔디밭, 단독주택, 고층아파트, 상업지구, 나지 등 9곳의 토지 이용 유형에 따라 열스트레스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잔디밭처럼 그린인프라에서 주거지역 등 그레이인프라에 비해 열스트레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인프라는 공원이나 수역, 산림 등 생태계 기능의 회복을 목표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공간이나 자연에 가까운 기반시설을 뜻한다. 반대 개념인 그레이인프라는 도로, 철도, 상업지구 등 콘크리트 구조물 위주의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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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폭염주의보 당시 그린인프라는 그레이인프라에 비해 열스트레스 지표가 1~2단계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 8월 초 폭염경보 주간에는 그린인프라도 극한의 열스트레스를 보였다. 유일하게 중간 수준의 스트레스를 나타낸 곳이 산림이었다. 산림은 낮 기준으로 7월에는 30.9도, 8월에는 34.5도로 상승폭도 적은 편이었다. 특히 모든 측정지점보다 열스트레스 지표가 2단계 낮았으며, 낮밤의 단계 차이도 가장 적었다.
낮의 열스트레스는 그레이인프라에선 상업지구, 나지, 고층아파트, 단독주택단지, 야외주차장 순으로 높았다. 그린인프라에선 공원잔디밭, 수변, 논, 산림 순이었다.
수목으로 이뤄진 산림은 낮의 태양복사 에너지를 83.0~92.7%까지 차감해 열스트레스 지표를 1.5~2.5단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밤에는 산림에서 열 스트레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밤에는 지표에서 방출하는 대기복사에너지가 식물의 잎사귀에 막히는데다 식물의 호흡작용으로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치가 크게 높지는 않고, 낮에 열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논이나 수변은 물의 기화나 수생식물의 증발산 현상으로 온도를 낮춰서 낮과 밤 모두 열스트레스 지표가 높지 않았다. 잔디밭으로 대표되는 초지는 폭염 때 열스트레스를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
분석 대상이었던 7월 폭염주의보 기간은 평년의 한여름 날씨와 비슷했다. 지난해로 따지면 더위가 절정이었던 8월3~4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8월 초처럼 극한 폭염이 찾아왔을 때는 숲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그린인프라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후변화로 이상 기후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심 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 공학양 연구사는 “공원을 잔디밭으로 구성하기 보다는 수목을 늘려서 도시의 열스트레스를 낮춰야 한다”면서 “앞으로 극단적인 폭염에 대비하려면 단순히 초지를 늘리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성을 고려해 환경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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