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연구만 진행되고 있을 뿐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건식 핵재처리 기술(파이로프로세싱-소듐고속로) 관련 내년 예산이 올해와 유사한 수준인 1151억원으로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은 “현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선언은 빈말이었느냐”며 파이로프로세싱을 포함한 원자력·석탄 관련 내년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7일 ‘2018년 정부 예산안 평가·의견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기조가 무색한 친원전 예산과 MB정부의 유산인 한강운하 예산 등 반환경 예산 1조5848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안 평가·의견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건식 핵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소듐고속로 관련 예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 중 247억, 원자력기술개발사업 중 824억 등 최소 1151억원이 파이로프로세싱-소듐고속로에 관한 예산으로 편성돼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전망이 불투명해 원자력계의 ‘4대강 사업’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현재의 기술로는 사업성이 허구에 가까워, 원자력업계의 ‘먹거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환경운동연합은 “미국 원자력 전문가 에드윈 라이만 박사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현재 7000톤에 달하는 국내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처리하려면 최소 4600년에서 2만8000년이 소요된다”면서 건식 핵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소듐고속로 예산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달엔 대전을 중심으로 한 환경단체인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와 탈핵법률가단체 ‘해바라기’가 파이로프로세싱-소듐고속로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편성돼 있는 ‘핵융합 기술’ 관련 예산 1602억원역시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핵융합 발전은 안전성과 에너지원의 영구성 면에서 꿈의 에너지로 불리지만 실현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면서 “한국, EU,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로 상용화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핵융합 반응으로 발전을 하려면 섭씨 10억도까지 온도를 높여야 하지만 인류 기술로는 1억도에 도달했을 뿐이다. 또한 수억도를 견딜 수 있는 밀폐공간이 없어 ‘플라즈마’를 이용해야 하지만 여기에 대한 연구 역시 국제사회에서조차 초보단계다.
환경운동연합은 “한국 정부는 기초연구도 아닌 한국형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를 목표로 한 국가핵융합연구소 설립·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 기만이며 매년 800억 원이 넘는 연구운영비가 원자력계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MB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온 한강운하 관련 예산도 논란거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레저기반구축 예산에는 한강선착장 사업 30억원이 편성돼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경인운하를 한강구간까지 연장하는 것(한강운하)을 염두하고 선착장을 조성하는 예산”이라면서 “화물운송량이 목표치에 0.08%에 불과한 실패한 경인운하에 인공호흡기를 대는 무리한 예산요구”라며 이 예산 역시 전액삭감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투자에 따른 부채에 대한 지원액도 삭감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공은 지난해 1632억원의 순수익을 남겼음에도 4대강 사업투자에 따른 부채는 정부 예산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매년 순수익을 늘려가는 4대강사업의 행동대장 수자원공사에 부채 및 이자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부채지원 등을 중심으로 한 수공 관련 예산 3150억원 역시 전액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국토교통부에서 새로 편성한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 충남서부권 광역상수도 사업 예산 역시 ‘토건개발용’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환경운동연합 물순환팀 안숙희 활동가는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하기 위한 양수시설 조정예산 5,000억 원은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3,800억 원이 소요되는 남강댐, 790억 원짜리 충남서부 광역상수도 사업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토목적폐에 발목이 잡혀 복원으로 내딛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리는 발전공기업에게 석탄화력발전 지원 예산 574억원 편성한 사실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현 정부 기조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이지언 국장은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약속한 만큼, 석탄발전에 대한 예산 지원을 당장 중단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과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는 화석연료와 원전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고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기금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흑산도 소형공항, 제주 제2공항 등 생태파괴 우려가 큰 동시에 경제성이 부족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토건사업 예산”(흑산도 소형공항 1833억원, 제주제2공항 설계비 예산 11억6000만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미미해 “현대·기아차만 반사이익을 얻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지원 예산(4033억원) 역시 전액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환경운동연합 권력감시팀 장하나 팀장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반환경적인 국책 토건·에너지 사업에 대한 지출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SOC 예산을 22조1000억원에서 17조7000억원으로 20% 삭감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 사업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가 누락된 것이 한계”라며, “11월 한달 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을 통해 문제 사업들을 알리고, 특히 원자력계 쌈짓돈으로 전락한 핵재처리 예산과 핵융합 기술 예산 삭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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