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산동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 달걀프라이와 더위에 녹아내린 라바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_연합뉴스
‘대프리카.’ 7월 한달간 한국 전역이 폭염에 시달렸다. 유독 더웠던 대구에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정말 대구는 아프리카만큼 더울까. 기상청과 세계기상기구(WMO)의 통계, 아프리카에서 온 유학생,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이민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론은 ‘올여름 대구는 아프리카의 적도 지방보다도 더 덥다’는 것이다.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분지 지형인 대구는 원래 덥다지만 올해 7월에는 유난히 더 더웠다. 기상청 통계로 보면 지난 10년간 대구의 7월 최고기온으로 기록된 것은 지난 22일의 38.4도였다. 2위는 2014년 7월31일의 37.5도, 3위는 올해 7월13일의 37.2도였다.
습도마저 높았다. 대구의 7월 평년습도는 73.8%. 올해 7월에도 평균 습도는 73%로, 평균 수준이었다. 하지만 습도는 기온과 함께 봐야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습도 %가 같아도 대기가 머금는 습기량이 달라진다. 고온의 70%는 저온의 70%보다 체감습도가 훨씬 높다는 뜻이다.
아프리카는 면적이 3036만㎢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대륙이다. 나라 숫자만 54개다. 위도도 적도를 기준으로 60도에 걸쳐져 있어 다양한 기후가 섞여 있다. 대서양에 면한 서쪽의 코트디부아르, 가나같은 나라들부터 중앙의 콩고민주공화국, 동쪽의 케냐나 탄자니아 같은 나라들이 대륙 복판 적도 위아래에 포진해있다. 이 나라들 중에서도 서부와 중부의 나라들은 열대우림 기후에 속하는 반면, 인도양과 접하는 케냐같은 나라들은 ‘사시사철 한국의 가을같은’ 초원 기후다.
대구에 살고 있는 케냐 출신 유학생 제인 완지루 음바가라(26)는 ‘대프리카’라는 표현은 “틀렸다”고 말한다. 그는 “‘대보프리카’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보다 아프리카 날씨가 견디기 쉽다는 뜻이다. 케냐는 “기온이 올라가도 건조한 기후이기 때문에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하다”고 말했다. 케냐에 있는 자기 집은 물론, 대부분의 가정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했다. 수도 나이로비는 아무리 더워도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는 날이 별로 없다. 실제로 WMO 통계에 따르면 나이로비의 최고기온은 25도 정도다. 케냐에서 가장 더운 해안도시 몸바사는 간혹 32도까지 오르지만 이때의 습도는 50~60%로 안팎으로 대구보다 낮다.
대구에 사는 유학생 뵨디 프랑크 키메타(31)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왔다. 그 역시 대구가 더 힘들다고 했다. 뵨디는 “대프리카 얘기를 들으면 내가 늘 말하는 게 있다. 아프리카가 다 더운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더울 때도 있지만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니까 더위를 많이 느끼지 않는다”면서 “대구는 습도가 높아서 그늘에 들어가도 시원하지 않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탄자니아 출신의 존 조이스도 “왜 대구와 아프리카를 비교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사하라 사막처럼 더운 곳도 있지만 아프리카의 대다수 지역은 기후가 좋다”면서 “탄자니아는 가장 더울 때 28도 정도”라고 소개했다. 케냐와 비슷한 기후인 탄자니아 수도 도도마의 올해 최고기온은 지난 1월 8일의 33도였고 이때의 습도는 25%였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에서 2년 넘게 사는 한국 교민 이혜원씨는 “킬리만자로 주변은 연중 서늘하고 저지대인 다르에스살렘은 1~2월에 많이 덥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한국의 여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발이 덜 되어 녹지가 많다. 특히 망고나무 그늘이 최고”라고 덧붙였다. 이곳 사람들의 더위나기 비법도 있다. 이씨는 “주택 대지가 넓고 천장은 3m 지붕꼭대기까지는 6m 정도로 높기 때문에 집 안에 바람길이 생겨 열을 식혀준다“고 소개했다.
쾌적한 동아프리카보다 습도가 높고 더운 서아프리카의 가나,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등지를 다녀본 여행객 이모씨는 “습도가 높은 바닷가라 해도 가나의 아크라,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 같은 도시의 날씨가 한국 대도시들의 무더위보다는 견디기 쉽다”고 말했다. 대구나 서울같은 한국의 대도시들은 열섬현상에 에어컨 실외기의 열풍, 자동차와 아스팔트의 열기가 겹쳐 숨쉬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이 지역 대도시들은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다 해도 건물들의 밀도가 낮기 때문에 ‘숨 쉴 틈’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일대는 저위도 지방이라 겨울이 없다. 한국처럼 연간 최고·최저 기온차가 40~50도에 이르는 혹독한 기후가 아닌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에 숨 막히게 더운 곳도 있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와 남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 일대는 기온이 매우 높이 올라간다. 사하라 사막과 인접한 알제리의 인살라라는 지역은 30일의 최고기온이 46.4도에 달했다. 사막지대는 밤이면 기온이 떨어져, 일교차가 40도에 이른다. 이집트에서는 2015년 8월 46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일주일간 계속돼 76명이 숨졌다. 이집트 남쪽 수단 일대도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나든다.
'날씨가 왜 이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추운 건 ‘북극 얼음’ 탓 (0) | 2017.12.31 |
---|---|
[날씨가 왜 이래]당신의 탄소발자국이 한파에 미친 영향 (0) | 2017.12.31 |
계산은 슈퍼컴이 하지만 ‘예보’는 사람의 일...기상청 예보관은 어떻게 일하나 (0) | 2017.12.20 |
[날씨가 왜 이래] 티베트 기온이 올라가니 한반도 '반짝' 가을날씨 (0) | 2017.12.15 |
[날씨가 왜 이래] 습기, 넌 대체 뭐냐 (0) | 2017.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