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역 사고난 곳, 5달전 노동부가 "사고위험 높다"한 구간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입력 : 2017.12.14 18:52:00 수정 : 2017.12.15 09:51:30

14일 열차 사고가 발생한 서울 1호선 온수역 인근 지점｜철도노조 제공

14일 오전 서울 온수역 부근에서 배수로 보수 작업을 하던 사람이 열차에 치어 숨진 장소는 고용노동부가 “위험하니 열차 운행 중에는 선로 작업을 하지 말라”고 이미 지시를 내린 구간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은 “이번 사고는 선로 유지보수가 아닌 배수로 작업 중 일어난 사고”라고 해명했지만, 외주업체 노동자를 위험한 장소에 방치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오전 8시쯤 서울 1호선 소요산행 온수역에서 오류역 방향으로 300m 떨어진 곳의 선로에서 ㄱ씨(36)가 달리는 열차에 치어 숨졌다. ㄱ씨는 코레일이 선로 배수로 덮개를 설치하기 위해 계약한 시공업체 소속으로 확인됐다.

철도노조와 노동부에 따르면, ㄱ씨가 숨진 구간은 5개월전 노동부가 ‘위험 구간’으로 지정한 곳이다. 앞서 6월28일 1호선 노량진역에서 공사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돌아오던 정비사가 열차에 치어 숨졌다. 이 사고를 조사한 노동부는 “노량진역의 선로정비작업을 멈추라”며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작업중지 구간은 한강철교 남단에서 대방역까지였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코레일에 내려보낸 공문. 14일 사고 지점인 온수역 인근은 “야간 차단작업을 원칙으로 하라”고 한 구로역~온수역 구간에 포함된다. ｜철도노조 제공

2주 뒤인 7월12일 노동부는 작업중지명령 구간을 확대했다. 경부선 대방역~금천구청역, 그리고 이번 사고 지점을 포함하는 구로역~온수역 구간이다. 당시 노동부 관악지청은 공문에서 “궤도보수작업 구간에 곡선 선로구간과 터널 진입구간, 교량구간 같은 위험구간이 상당수 확인됐다”며 “(노량진역 사고와) 동종의 재해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관악지청은 그러면서 “위 구간 궤도 유지보수작업은 야간 차단작업을 원칙으로 한다”고 지시했다. 선로 작업을 시키려면 열차가 다니는 낮이 아닌 밤에, 운행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에서 하라는 뜻이다. 코레일이 안전절차 개선 등의 보완조치를 하기 전까지 이 지시는 유효하다. 코레일은 노동부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작업 일정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동부가 차단작업을 하라고 한 것은 선로와 궤도 유지보수 업무”라며 “배수로 작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작업 명칭이 다를 뿐이지, 일하는 내용을 보면 위험성은 같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선로와 방음벽 사이 통로는 1.5m 남짓에 불과해, 이 곳을 지나는 작업자가 달리는 열차에 치일 위험이 높다. 이날 예정된 공사 자체도 배수로에 덮개를 설치해 선로 작업자들이 대피할 공간과 통로를 확보하려는 공사였다.

철도노조는 “안전보건공단도 열차 운행 중의 작업은 근본적으로 위험을 내포하므로 모든 선로를 차단하고 작업할 것을 권고했으나, 철도공사는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