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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왜 이래

[날씨가 왜 이래]혹한에 폭설, '여름만큼 잦은 강수' 이유는?

최근 한반도에 이례적인 맹추위가 몰아쳤다. ‘눈 오는 날은 포근하다’더니, 올겨울엔 다르다. 추위에 폭설까지 겹쳤다. 지난 주말 호남권에 폭설이 내렸고 이번주 초에는 경기도와 강원영서에 계속 눈이 쏟아졌다. 20일에도 서울과 충청·강원권에 폭설이 예보됐다. 기상청은 서울에도 눈이 10cm 가량 쌓일 수 있다고 본다.

기상청 유희동 예보국장은 중부지방 폭설을 예보하면서 “겨울철인데도 강수가 매우 잦다”고 말했다. 강수는 눈·비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유 국장은 “정확히 조사해봐야겠지만 여름만큼 빈도가 높아 눈 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19일 북극곰으로 분장하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 마지막날인 이날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리더십을 보인다면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의 기후변화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2010년부터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혹한 속에 눈은 왜 이리 잦은 걸까. 이번 추위의 성질과 관련이 깊다. 올 추위의 첫번째 원인은 우랄산맥 5~6㎞ 위쪽에 생겨난 고기압이다. 이 고기압이 북극 주변 고위도 지역의 찬 바람을 끌어당겨 한반도에 내려보냈다. 또 다른 원인은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한국에 차디찬 북서풍이 불게 만들었다.

통상 한반도의 겨울에 힘을 발휘하는 대륙고기압은 따뜻한 중국 남쪽지방에 도착하면 이동성 고기압을 만들어낸다. 대륙고기압이 작아지고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이 커지면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따뜻해진다. 이동성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을 돌아나가면서 따뜻한 남서풍을 불게 만들기 때문이다. ‘삼한사온’은 이렇게 대륙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이 번갈아 한반도에 영향을 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올겨울엔 찬 공기가 계속 흘러들어오니, 한반도가 이동성고기압의 덕을 볼 새가 없었다.

기상청의 설명에 따르면 그간 우랄산맥의 고기압이 찬바람을 계속 보내는 가운데, 한반도 북쪽 저기압이 종종 찬 바람을 더 보탰다. 이러한 방식으로 추위가 강하게 몰아칠 때면 찬 공기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상의 공기를 들어올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안그래도 추운 상태에서 북쪽 저기압 때문에 찬 바람이 더 불면, 물기를 머금은 지상의 공기와 강하게 충돌하고 물(눈)이 만들어져 내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흐름이 변하면 눈도 그친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조차 정체돼 있다. 한반도 북동쪽 베링해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 상공에서 따뜻한 공기가 뭉치는 현상이 발생한 게 문제였다. 주변 지역보다 기압이 더 높아 능선처럼 솟아오른 것을 ‘기압능’이라고 부른다. 기상청은 “한국의 북동쪽 상공에 기압능이 발달하면서 찬 공기를 추가로 유입시키는 한반도 북쪽 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설은 20일 오후부터 시작되며 경기남부·강원영서남부·충청·전북에서 3~10cm까지 쌓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북부와 강원영서북부, 강원산지에는 한파특보도 내려졌다. 해안에선 강한 바람이 불겠고 내륙도 해안만큼은 아니지만 강풍이 예고돼 있다.

한파는 20일 이후에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 북동쪽 하늘의 따뜻한 기압능이 곧 한반도 상공을 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표면과 가까운 곳에서는 겨울에 온기를 전해주는 이동성고기압이 드디어 만들어져 따뜻한 남서풍을 종종 불러들이게 된다. 기후변화 때문에 삼한사온은 추억이 됐다는 얘기가 많지만, 겨울철 한기의 주기가 지나면 온기의 주기는 변함없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