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경 기자
강추위가 한풀 꺾이니 짙은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15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수도권에 발령된다. 전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6시간동안 나쁨(50㎍/㎥) 이상이었던 데다가 다음날에도 ‘나쁨’으로 예측돼,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는 기준을 넘겼기 때문이다. 며칠 전만 해도 춥고 맑았던 날씨가 계속됐는데 갑자기 하늘이 뿌얘진 이유는 뭘까. 공기 흐름이 멈췄고, 습도가 높은 것이 그 이유다.
기상청 시뮬레이션으로 본 15일 오전 7시 한반도 미세먼지 상황. _ 기상청
한반도의 대기는 지금 완전히 꽉 막혀 있다. 흐름이 막힌 것은 기압 간 격차 때문이다. 강추위를 몰고왔던 아주 찬 고기압은 지나갔고, 또다른 고기압이 중국 북부에서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다. 새 고기압이 오기 전에 주변보다 기압이 낮은 ‘기압골’이 한반도를 통과하고 있다.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에 골짜기가 있듯, 고기압이 지나가면 저기압이나 기압골이 다가온다.
문제는 산봉우리와 골짜기의 격차다. 15일 다가올 기압골을 뒤따르는 고기압은 그리 차지 않다. 기압골·저기압과 고기압 사이의 기온차가 작으면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어나가게 만들고,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을 불러들인다. 그래서 고기압이 서쪽에 있고 저기압이 동쪽에 있으면 북풍이 분다. 기상청의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고기압과 저기압의 간격이 좁고 기온차가 크면 북풍이 강해지고, 그 반대이면 북풍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역전’ 현상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한반도 남동쪽 바다 위에 이동성 고기압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고기압은 한국에 수증기를 머금은 따뜻한 남서풍이 불어오게 만든다. 따뜻한 공기는 찬 공기보다 더 가볍다. 그래서 한반도 지표면의 찬 공기와 섞이지 않은 채, 마치 찬 공기 덩어리가 언덕길이라도 되는 듯 타고 올라가버린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낮은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상층부의 공기가 더 따뜻해지는 이런 현상을 ‘대기역전’이라 부른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역전층이 형성되면 오염물질이 지면 가까이 축적되고 미세먼지 2차 생성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2차 생성’은 온갖 입자에 휘발성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황산화물이 결합돼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습도가 높으면 2차 생성이 늘어난다.
눈이 온 뒤 수도권의 습도가 높아졌다. 14일 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의 습도는 75%에 이르렀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습도가 높으면 젖은 눈덩이를 굴릴 때처럼 여러 입자들이 미세먼지로 ‘성장’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15일부터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까지 덮칠 것으로 예측됐다. 홍동곤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장은 “인공위성으로 분석해 보니 중국 동부 베이징과 톈진 쪽에서 미세먼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면서 “대기가 정체된 상태에서 미세먼지 바람까지 불어오니 15일에는 농도가 더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공공기관 차량 2부제
15일 오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서울에서는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 요금이 면제되고 공공기관 주차장 360개소가 폐쇄된다. 수도권 7650개 행정공공기관 임직원은 끝번호가 홀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80개 대기배출사업장과 514개 건설공사장은 운영시간이 단축·조정된다.
환경부는 14일 오후 5시 브리핑을 갖고 “이날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미세먼지 PM2.5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고, 15일에도 나쁠 것으로 예보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15일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인천·경기에 있는 행정공공기관 임직원 52만7000명은 차량 2부제를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15일이 홀수 날짜이므로 끝번호가 홀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비상저감조치는 지난달 30일 처음 발령됐지만 당시는 휴일이었기 때문에 공공기관 차량2부제가 시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수도권의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80개 대기배출사업장, 514개 건설공사장의 운영시간은 줄이거나 조정하게 된다. 열병합발전소와 자원회수시설, 물재생센터는 가동률을 낮춘다. 건설공사장에서는 노후건설기계 이용을 자제하게 하고, 먼지를 줄이기 위해 살수차량으로 도로 물청소를 한다. 환경부와 수도권 대기환경청, 환경공단, 서울·인천·경기도는 합동으로 10개 특별점검반을 꾸려 사업장과 공사장 단축 운영상황을 점검한다.
이번 조치는 공공부문에 한정된 것이지만 서울시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에 시내버스, 마을버스와 도시철도 요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첫차 운행때부터 오전 9시까지, 그리고 저녁 6~9시 사이에는 대중교통 요금이 무료가 된다. 다만 인천, 경기의 대중교통 요금은 그대로다. 서울에선 또한 시청과 자치구, 시 산하기관이나 투자·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주차장 360곳이 폐쇄된다. 서울시는 긴급재난문자로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했다.
김종률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저감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10년간 노후 경유차들을 퇴출시켜 미세먼지 농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 일본 도쿄 사례에서처럼 우리도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국회에서 수도권 이외, 민간부문까지 비상저감조치를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민들께서도 차량 2부제에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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