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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피자헛 주방 알바 박씨는 왜 ‘고무줄 노동’에 시달릴까…고용주 맘대로인 ‘변경확인서’  

김상범 기자


부산 시내의 피자헛 매장에서 근무하는 20대 아르바이트생 박창훈씨(가명)의 근무시간은 ‘고무줄’이다. 생활비를 벌려고 피자를 구운 지 6개월째, 아직도 박씨는 다음주 무슨 요일에 출근해 몇 시간을 일할 지 정확히 모른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근무시간은 평일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지만 실제 일정은 매주 월요일 오후 ‘주간스케줄표’가 나와야 알 수 있다.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주문량에 따라 퇴근 시간은 유동적이다. 그는 “주문이 밀리면 관리자가 ‘좀 더 일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 뒤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연장근무는 대개 오후 11시까지다. 퇴근할 때 관리자는 박씨를 비롯한 아르바이트 직원 10여명을 불러 ‘근로시간 변경확인서’에 서명하게 한다. 확인서엔 “회사와 합의에 의해, 사전에 정해진 주간스케줄표를 변경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적혀 있다. 근로계약서와 달리 이 확인서에는 일을 마친 시각이 ‘오후 11시’로 수정돼 있다. 시급은 ‘변경하는 것으로 합의한’ 근무시간에 따라 지급된다. 근무시간을 눈가림식으로 약속해놓고, 일을 다 시킨 뒤 약속을 바꾸는 것이다. 기간제법에는 “단시간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미리 약속한 근로시간)을 넘기면 시급의 1.5배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돼 있으나 박씨는 1시간을 더 일하고도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

1주일 단위의 ‘주간스케줄표’와 매일매일 쓰는 ‘변경 확인서’ 사이에서 근무시간은 널뛰기를 한다. 박씨가 일하는 매장에는 평일에 많을 때는 80~90판 정도 주문이 들어오지만 한가한 날에는 50판 정도로 떨어진다. 이럴 때엔 오후 8시나 9시에 퇴근시키면서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변경확인서’를 쓰게 한다. 휴업수당은 없다. 근무시간 앞뒤로 10~20분 일한 ‘자투리 시간’을 버리고 시급을 쳐주는 ‘임금 꺾기’도 당연시됐다. 박씨는 “갑자기 연장근무를 하라고 해서 약속을 취소하는 때도 있다”라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고 마음먹어도 일찍 퇴근시키면 힘이 빠진다”라고 말했다.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을 적도록 한 것은 일하는 이들이 노동조건을 예측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아르바이트를 많이 쓰는 외식업계의 편법 때문에 이런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2015년 맥도날드에서도 매주 근무시간을 새로 짜는 ‘유연근로제’가 드러났고 이듬해에는 외식업체 이랜드파크가 강제 조퇴와 임금 꺾기로 연장수당·휴업수당 등 83억여원을 체불한 사실이 밝혀졌다. 박씨가 일하는 매장은 서울·부산에서 피자헛 가맹점을 운영하는 식품업체 ‘진영푸드’ 소속이다.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 ‘비상구’의 최강연 노무사는 “미리 약속한 근무시간을 바꾸면서 반강제적으로 ‘변경확인서’를 쓰게 해 법적 책임을 피해가려는 것”이라며 “일이 시작된 뒤 소정근로시간을 조정하는 것을 금지한 고용노동부 지침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